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개구리 발톱

새벽지기1 2020. 5. 17. 22:20

개구리발톱

 

새해의 황금연휴 , 사진 촬영 욕심에 제주도로 향했다.

평소 오름을 촬영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던 터라 수많은 오름 중 몇 군데를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다 제주도의 온화한 날씨까지 더해져 봄이라 착각하기에 충분하였다.

먼저 제주도 동쪽 편에 있는 지미봉을 오르기로 하고 간단한 채비를 하여 나선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신선한 공기가 꽤나 마음에 든다. 상쾌한 기분에 발을 내디디며 아래를 보니 앙증맞게 피어있는 꽃이 눈에 들어온다.

'이 겨울에 꽃은 무슨...?'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개구리발톱이다. 분명 개구리 발톱이다.

개구리발톱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로 4~5월경에 제주도와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꽃인데 벌써 피다니 신기하고 설레는 맘이다.

한겨울에 꽃을 찍을 일이 없다 생각하고 광각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만 달랑 걸치고 올라오던 터라 다시 발길을 돌려 자동차에서 마크로 렌즈를 챙겨 와야 했다.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아 하산길에 다시 찍 기로하고 오르던 길을 계속 오른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의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예쁜 색상의 지붕을 한 집들도 그렇고 자연적인 곡선을 가진 밭들도 사람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준다.

개구리발톱을 찍어야 하는 설렌마음이 앞서 급히 내려와 촬영을 시작한다. 키가 작은 꽃들이라 앉아서도 촬영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배를 깔고 엎드려 촬영을 한다. 단체로 오름을 오르는 관광객들이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내가 등산로를 가로로 차지하고 엎드려 있으니 넘어가지 못하고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려 준다.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같이 동행한 지인한분이 뒤늦게 내려와

"깜짝 놀랐어요. 난 선생님이 쓰러진 줄 알고......."

땅바닥에 들어 누워 꼼짝 않고 촬영하는 모습이 딱 그렇게 보였겠다.

 

촬영하는 내내 신기한 마음이 든다.

1월 초순에 봄꽃을 보다니.....

제주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이런 기분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이날 촬영을 한 사진들을 보고 정말 지금 피었냐고 물어보는 분도 계시고 로또를 맞은 거라 축하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로또를 맞았다니..... 그것도 기분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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