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덕유산...

새벽지기1 2020. 5. 17. 06:38

덕유산......

흔히들 지리산은 남성, 덕유산은 여성에 비유한다.
그렇긴 하다. 덕유산을 오르면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끼는건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철 추위가 맹위를 떨치면 덕유산은 그야말로 설국이다.
상고대와 눈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얼어서 만든 형상은 맑은 날 햇빛이라도 들게되면 그야말로 보석이다. 하지만 그런 날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눈보라에 눈뜨기 힘들고 눈안개가 온통 주위를 감싸는 날이다.
나는 이런 날씨를 고마워 한다.
수시로 변하는 눈앞의 그림은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함 그자체이다.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한치앞도 안보이는 변화무쌍함에 지루할 틈도 주지 않는다.
혹자는 이런 날씨에 무슨 사진이냐며 투덜대며 돌아서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날씨에 이 변화 무쌍함을 어떻게 담아볼까 열심히 머리속을 회전시키며 눈은 계속 주변을 헤멘다.
서있기도 힘든 바람에 삼각대를 고정하고 초점을 맞추고 셔터 타이밍을 조절하는 동안의 짜릿함이란......

차가운 영하의 날씨지만 나의 집중은 용광로를 녹일듯 뜨거워진다.
사진에 담겨진 그러한 에피소드를 보는 이는 모르지만 나혼자만의 감정에 빠져보는 즐거움은 기대 이상이다.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르기 쉽지만은 산이 품고 있는 그 마음은 다 읽어내지 못한다.

그렇게 덕유산은 어미의 마음처럼 많은 걸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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