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짐의 미학
가을은 나무에서 모든 잎들과 열매들을 떨 구기 전 마지막 정열을 불태운다.
모든 열매가 아스라이 가지의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까닭은
때가 되면 떨어지기 위함인가 보다.
가을의 모든 열매들이 동그란 것은 땅에 곤두박질할 때,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구르기 위함인가 보다.
어쩌면 그보다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 것이다.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있는 잎이나 열매는 추해 보인다.
가을은 이렇게 떨어짐의 의미를 사색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떨어지지 않고 어찌 거둘 수 있으며,
떨어지지 않고 어찌 씨를 얻을 수 있겠는가?
가을걷이의 풍성함은 다 이런 떨어짐의 결실이며, 결과다.
열매의 떨어짐은 추락이 아닌 제 때에 잘 떨어지는 아름다운 끝맺음이다.
가을은 삶을 내려놓을 줄을 안다.
나무에게 낙엽은 절망을 내려놓는 방식이다.
가을의 열병을 앓으며 고독을 붙잡고 말을 건네면
가을은 말없이 얼굴을 붉히며 겸손히 자신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인사를 건넨다.
나도 인생의 가을을 지나며 내려놓는 연습을 배운다.
떨어짐은 다시 원한 부활의 봄을 기다리고 소망하게 한다.
이 가을 떨어짐의 미학을 배운다.
가을은 말없이 우리에게 결실을 만들어주고,
몸을 던져 재와 바람이 되어,
사랑의 곡과를 남기고, 왔던 곳으로 다시 떠나간다.
화려함과 풍성함의 결실에는 떨어짐의 아픔이 있다.
열매는 또 다른 만남의 기약을 위해 바닥에 주저앉고 곤두박질치는 아픔의 자리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
복잡한 내 인생의 무게를 지혜롭게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진정한 평화와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싶다.
이쯤에서 도종환 시인의 “단풍 드는 날”을 음미하는 것은 제격이다.
벼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에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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