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신학
비잔틴 신학자요 수도사 요하네스 클리마코스(John Climacus, b. 575)는 시내 반도의 캐쓰린수도원에서 활동한 신비주의가다. 저서 ‘천상의 사다리’(κλίμαξ; Climax; The Ladder of Paradise)는 야곱의 사다리(창 28:12)에서 착안한 것인데, 클리마코스가 사막에서 보낸 40년의 경험의 산물이다. 비잔틴 경건(영성)을 대표하는 이 책은 사순절 때 애용되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연합하는 30단계를 제시하는데, 그리스도를 언행심사에서 닮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소식(小食)을 포함한 절제, 초연함, 세상의 일상에서 벗어남과 같은 일반적인 낮은 덕목에서 출발하여, 악을 극복하여 덕을 세우고, 기도-고요-평정을 지나 마지막 단계인 신망애(信望愛)로 이어진다. 30단계는 엄격하게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30개 덕목의 계단을 다 올랐다고 해도 회개의 기도를 계속 드려야 한다. 사다리 꼭대기에는... 덕목의 절정인 사랑을 살아내신 예수님이 계신다.
그리스도인이 사랑으로 변화되는 것이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처럼 되는 것이다(참고. 벧전 1:15, 22). 하나님을 대면한 모세처럼, 하나님의 사랑에 빠진 자의 외모는 자신의 영혼의 광채를 반영한다.
그리스도인과 하나님 사이의 비인격적 신비주의(impersonal mysticism)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교제하는 신비(personal communio mystica)를 어떻게 이룰까? 하나님의 사죄의 은혜가 사다리를 타고 먼저 내려온 결과(롬 5:8), 죄인이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자기 의가 아니라 성령의 도움으로써 높이 오를수록 하나님의 은혜의 세계는 더 장엄하게 펼쳐진다. 사다리를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사탄의 화살 공격이 있지만, 성령께서는 능동적 믿음으로써 성도가 덕목의 계단을 오르도록 도우신다. 사다리 신학은 성령의 교제케 하시는 은혜에 대한 고백이며, 성화와 경건의 실천이고, 최고의 덕목인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는 것이다.
참고. N. Russell. “Spiritual Ascension and Forms of Monastic Life in John Climacus.” St Vladimir’s Theological Quarterly 59(2015, 3), 409-426; T. Peters. “Ladder-Ascending Character meets Ladder Descending Grace.” Word & World 36(2016, 2), 136-137, 145.
송영목 교수(고신대)의 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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