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노동의 기쁨

새벽지기1 2016. 10. 14. 07:27


용인의 동쪽 끝자락인 맹리의 산중에 들어온 지도 벌써 한 달 보름이 지났다.

돌아보니 며칠을 빼고는 매일 노동을 한 것 같다.

왼 종일 하는 노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바쁘게 노동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사하고 처음에는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와 묵은 때를 벗기느라 힘들었고,

5월 들어서는 바깥일을 하기에 바쁘다.

2년 동안 주인이 없는 사이 잡초 밭이 된 주변을 정리하는 일, 아예 쑥 천지로 변한 울타리 쪽 언덕을 꽃밭으로 일구는 일, 아카시아를 비롯해 필요 없는 나무를 베어내는 일, 마당의 잔디를 정리하는 일 등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시골 살림이다. 아직도 잡초가 많고 정리 안 된 곳이 태반이다.

 

지난 주간에는 뒤쪽 언덕과 아래쪽에 작은 텃밭을 일구어 먹거리를 심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에 아들 다운이와 삽과 괭이로 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이랑을 만들어 고추, 고구마, 토마토, 가지, 상치, 수박, 참외, 호박, 파, 등등을 심었다.

 

오늘은 노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밭에 나가 물을 주었다.

입구 언덕배기에 심어놓은 꽃과 뿌리가 깊지 못한 채소들이 한낮의 뙤약볕에 말라죽을까 염려되어 조로와 양동이로 연신 물을 퍼 나르며 물을 주었다.


제일 먼저 고구마 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문득 ‘내가 지금 얘네들 일용할 양식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주는 것이 나에게는 힘든 노동이지만 고구마나 고추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묘하게도 물을 주는 일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물을 주는 것이 귀찮은 일이 아니라 생명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위대한 일로 다가왔다.

갑자기 힘이 났다. 마음도 즐거웠다.

집 앞 울타리에 심은 황금조팝나무, 붓꽃, 꽃잔디, 백리향 까지 물을 주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내친 김에 베어놓은 나무들을 정리했다.

굵은 가지는 톱으로 잘라 겨울 땔감으로 저장하고, 잔가지들은 불태우기 위해 한쪽으로 치웠다.

이마와 가슴엔 땀이 흥건했다.

 

아침의 노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8시 3분 전이었다.

아침 식탁을 준비해놓고 출근 준비에 분주한 아내를 보면서 나는 손을 씻고 아침을 먹었다.

다른 때보다 더 맛이 있었다.

아마 갓 심은 꽃과 채소에게 일용할 양식을 먼저 주어서일게다.

그리고 나를 위해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아내의 수고가 한층 소중해 보였다.

아내는 이미 출근하고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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