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서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바꾸는, 그래서 결국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까지 금 덩어리로 만들어버린 황금의 손을 가진 왕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남자들은 자신의 자화상을 읽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부귀를 추구하다가 파멸의 수갑에 채인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금을 통틀어 여자가 미모를 열망한다면 남자는 재물을 갈구한다. 남자는 재물로써 여자의 미모를 사들이고, 여자는 미색으로 남자의 재물을 빼앗는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지만 재물은 하나님과 경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 6:24). 그래서 사도 바울이 이 편지의 뒤쪽에서 두세 차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 (딤전 6:10)든가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라" (딤전 6:17)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은 재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손을 더럽히게 된다. 이것을 위하여 역사와 현실가운데 얼마든지 많은 예를 찾아낼 수 있겠지만, 일일이 열거할 것 없이 성경의 이곳저곳에서 한 두 가지 예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탐하여 피를 흘렸고 (왕상 21:1-16), 유다는 은 삼십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팔았다 (마 26:15). 땅을 빼앗기 위해서 백성의 피를 흘린 임금이나 돈을 얻기 위해서 선생의 피를 부른 제자나 모두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물욕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을 야기시키는지 또 다른 예를 제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역력하게 보여주는 예가 된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렇게 변명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해봐라. 사회는 어차피 재물과 관련하여 불법과 부조리가 횡행하는 곳이지 않은가. 사회에서는 모든 남자들은 구조악에서 벗어날 수 없이 거짓말과 속임수, 편법과 아부, 등쳐먹기와 짓밟기, 증오와 배신,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가운데 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라고 그런 생활을 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나 혼자서 거룩하고 순결한 손을 가지고 산다고 해서 사회가 조금이라고 새로워지겠는가. 그렇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구조악에 파묻혀 남들과 같이 사는 것이 속 편한 일이 아닌가. 부조리한 사회에서 더러운 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남자들은 자신의 부조리한 행위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정당화할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사회생활에 동참할 때 그의 손에는 잠시동안 무엇인가 번쩍이는 것이 들려지겠지만 순환되는 죄악 속에서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에 의해 그것을 강탈당할 것이며, 비록 아직은 그것이 자기 손에 들려있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빼앗기리라는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보다도 남자들이 모르고 있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은 모든 인생의 성패가 벨사살 왕이 앉은 맞은 편 벽면에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고 기록한 하나님의 손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단 5장). 사회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다. 그러므로 신앙의 남자는 자신의 손을 사회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내맡기는 법이다. 신앙의 남자에게는 사회의 악에 거침없이 손을 대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신앙의 남자의 진정한 용기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하나님께 거룩한 손을 내보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일 네가 마음을 바로 정하고 주를 향하여 손을 들 때에 네 손에 죄악이 있거든 멀리 버리라" (욥 11:13-14). 그는 손에 불의한 피가 묻으면 하나님을 향해 손을 펼지라도 하나님께서 눈을 가리실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사 1:15).
남자는 그 손에 황금을 가지고 있을 때 위대한 것이 아니라 성결을 가지고 있을 때 위대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신앙의 남자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더러운 큰 손보다 거룩한 작은 손이다. 그러므로 신앙의 남자들이 구해야 할 것은 황금의 손이 아니라 거룩한 손이다. 사도 바울은 말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거룩한 손을 들고 기도하기를 원하노라" (딤전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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