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지난 화요일 오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서울에서 지내고, 다음 날 저는 포항으로 내려왔고, 아내는 2년 만에 잠시라도 친정 부모님과 같이 지내기 위해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장인, 장모님의 상태를 생각할 때, 이런 시간이 몇 번이나 더 주어질지 몰라서 시간을 금쪽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와 같은 처지인데도 방문하지 못하는 교우들도 계실 것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으로는 죄송함도 있습니다.
저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포항제일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올해로 121주년을 맞습니다. 1905년에 작은 집에서 시작한 교회로서,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장로교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담임목사로 섬기시는 박영호 목사님은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던 분인데, 지금 한국 교계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리더 중 한분입니다. 교단은 다르지만 가까이 교제해 오던 중이었는데, 저의 한국 방문 소식을 듣고 초청해 주셨습니다.
방문 다음 날부터 일정이 시작되어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시차 적응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정이 없었다면,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시차 적응이 더 늦어졌을 것입니다. 피곤이 몰려오는 저녁 시간에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집회를 섬기고 늦은 저녁에 잠자리에 들게 되니, 새벽 일찍 깨지도 않고, 숙면을 취할 수도 있었습니다. 바다 곁에 숙소를 잡아 주셔서 낮에는 뛰기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교회들은 고목나무처럼 정체되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교회는 아름드리 나무 줄기에 가지를 뻗고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처럼 보였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지만 새로움에 열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교회를 보는 것은 큰 기쁨이요 위로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교회를 두고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우리 교회도 주님께서 심으신 자리에 깊이 뿌리내리고 오랜 기간동안 하나님 나라를 위해 거룩한 헌신을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잠시 동안 주어진 일을 감당하고 사라지는 것도 하나님의 뜻일 수 있지만, 백 년 교회로서 지금의 자리에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 시대의 사명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써야 할 챕터를 잘 써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행하는 일은 내일에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목사 혼자서 이룰 수 없습니다. 온 교우가 같은 마음으로 그 뜻을 품고 헌신할 때,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이제 겨우 19년 된 교회의 목사로서 121년 된 교회와 와서 가지는 소회이고 기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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