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복음서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뿐이다. 복음서 중에서 가장 앞서 기록된 마가복음과 가장 늦게 기록된 요한복음이 이에 관해서 침묵한다는 것은 예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당시 기독교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네 권의 복음서가 일치해서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예수의 수난 전승과 부활 전승이다. 기독교의 기초가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뜻이다.
예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 이야기는 신학적인 진술이지 신문 보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성경은 종교 언어이지 사실 언어가 아니다. 사실 언어가 반드시 진리도 아니다. 종교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의 깊이로, 또는 그 너머로 시선을 돌린 사람에게서 나오는 고유한 언어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했다는 말을 마치 사람이 책상을 만든 것처럼 생각하면 오해다. 창조 이야기는 종교 언어, 신학 언어이지 사실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들의 언어가 아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게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그 창조 이야기를 통해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다른 데 있다는 뜻이다. 바벨론 제국과 그 최고 권력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창조 전승에 참여한 사람들은 바벨론 제국의 절대 권력에 의해서 고통을 받던 유대인들이다.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 절망하고 있었다. 이럴 바에야 하나님 신앙을 포기하고 바벨론 제국의 질서에 순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들을 향해서 하나님만이 세상을 통치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선포하기 위해서 이미 그들이 바벨론 신화에서 잘 알고 있던 창조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예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신문 보도로 읽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걸 무의미하다고 무시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것이 말하려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예수가 허공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구체적인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출현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 출현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 그 핵심 메시지다.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애굽 피란 서사 / 정용섭 목사 (0) | 2026.01.26 |
|---|---|
| 달과 금성, 그리고 화성 / 정용섭 목사 (0) | 2026.01.25 |
| 생명의 빛 / 정용섭 목사 (1) | 2026.01.25 |
| 사르크스 / 정용섭 목사 (1) | 2026.01.24 |
| 로고스 / 정용섭 목사 (0) |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