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2)
이제 내가 죽음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우선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죽음에 대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기억해내야겠다. 첫 경험은 어머니의 죽음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7남매를 낳으셨지만 육이오 때 하나를 읽고 막내가 겨우 한 살을 넘긴 40대 초반의 어머니는 뇌수술을 크게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그 과정에서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몇 장면이 오래된 영화의 스틸 자신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열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큰 누님의 손에 끌려 다른 곳에서 요양하고 있던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분은 앉은 채 방문을 열고 우리를 맞았다. 그 모습이 나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반쯤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오래 머리를 감지 않은 탓인지 끈적거려보였다. 어머니에게 가서 안기라는 누님의 말을 들었지만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머니에게 대한 기억이 그 외에 한두 개밖에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어머니가 요양 하느라 우리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셨는지 모르겠다.
철이 없었던 탓인지 모르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상실감을 당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얼마 뒤 학교에 갔을 때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용섭이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단다.’ 하고 말씀하셨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과 친척들을 반갑게 맞으러 힘차게 달려갔던 내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윈 상실감은 아주 천천히 오래 동안 나의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죽음은 극한의 상실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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