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문학이라는 선물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1. 20. 07:05

지난 며칠 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수년 전에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채식주의자>를 구입해 읽기는 했으나, 그의 다른 작품은 읽지 못했습니다. 노벨상 수상 후에 품귀 현상이 있다고 해서 이 열기가 식으면 다른 작품들을 구입해 읽을 계획이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어느 교우께서 갖다 주셨습니다.
   

그분은 한국에 다녀오면서 두 권을 구입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중간에 포기하셨다고 합니다. 그분이 저에게 오셔서 “저는 한 동안 읽지 못할 것 같은데, 혹시 목사님이 관심 있으시면 갖다 드릴 테니 먼저 읽으세요” 하셨습니다.
   

그분께 책을 받아 놓고서도 읽고 있던 책을 다 읽느라고 이제서야 펼쳐 든 것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항쟁에서 희생된 한 소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그 교우님이 중도에 포기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학살 장면과 시신 처리 장면 등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여 읽는 중에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럴 때마다 구역질을 느꼈습니다. 한계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악 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때로 인간의 생명은 얼마나 무의미하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치를 떨었습니다.
   

당시에 계엄군으로 투입되었던 사람들이 제 또래들입니다. 소설을 읽는데,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 가책을 마음에 품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한 일이 너무나 가책이 되어 속으로 삭이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이제 노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해지면 속으로 밀어 넣었던 트라우마가 그 사람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로 인해 반 세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주었던 지옥이 그들을 삼킬지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그 분들이 걱정스럽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 조국에서는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집행되었습니다. 그 뉴스를 지켜보면서 저는, “만일 이 비상계엄이 좌절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을까?” 싶어서 마음을 쓸어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하여 발표한 사실만 두고 상상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록 지금 혼란을 겪고 있기는 하나,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갔습니다.
   

우리 인간이 때로 얼마나 악 해질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하여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문학의 힘이요 기능입니다. 그 점에서 한강 작가는 탁월한 문학인이며, 그런 점에서 문학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 중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