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근본주의(7)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18. 06:07

    사실 근본주의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오. 앞에서 제임스 바가 제시한 근본주의의 세 가지 특징을 기억할 테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것을 말한 것뿐이지 그것으로 근본주의자들을 명확하게 구분해낼 수도 없소. 사람을 어떤 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오. 가장 큰 이유는 한 인격체가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오. 가정에서는 매우 인정이 많은 사람이 사회에서는 비정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소. 어느 쪽의 행동이 그의 인격을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겠소? 근본주의자들도 한쪽으로는 근본적인 것을 수호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대중주의에 민감한 경우가 흔하오.

 

     안식일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소. 근본을 수호하려면 제7일 안식교회처럼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이 좋소. 한국의 대다수 근본주의자들은 제7일 안식교회를 이단으로 부정하고 있소. 그들은 그냥 시류에 영합하고 있소. 군대문제도 마찬가지오. 만약 평화주의라는 근본을 수호할 생각이 있다면 차라리 여호와의 증인들처럼 군입대를 거부하고 감옥을 택하는 게 진실한 거요. 한국의 대다수 근본주의자들은 군대를 절대화하고 있소. 지금 내가 군대 기피자들 옹호하는 게 아니니, 오해 마시오.

 

     한 가지만 더 예를 들겠소. 교회 예전 문제요. 교회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예전예배, 교회력, 성서일과 등을 충실하게 지켜야 하오. 근본주의자들은 이런 데 관심이 없는 것 같소. 청중들의 종교적 기호에 맞추는 열린예배와 워십댄스도 마다하지 않소. 무당의 푸닥거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열광적인 집회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소. 그들은 근본이 없는 근본주의자이며, 보수할 것이 없는 보수주의자요. 한국의 근본주의는 일종의 형용 모순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하오.(2010년 7월15일, 목, 햇살, 옅은 구름, 늦은 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