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영향력 없는 믿음 (창19:1-29)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5. 14. 06:06

해설:

아브라함의 장막에서 머물렀던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소돔을 찾아갑니다. 18장에서는 그들을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19장에서는 “천사”(1절)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천사를 생각할 때 날개 달린 신비한 존재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사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도록 보냄 받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해 질 무렵에 그들은 소돔 성으로 들어가다가 롯을 만납니다. “롯이 소돔 성 어귀에 앉아 있었다”는 말은 그가 소돔의 원로로서 재판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암시입니다. 롯은 그들이 특별한 존재들인 것을 알아채고 집안으로 모셔 들입니다(2-3절). 아브라함은 송아지를 잡고 많은 양의 빵을 만들어 대접한 반면, 롯은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구워 대접합니다. 

 

그들이 잠자리에 들려 할 때 소돔 성의 각 마을에서 여러 남자들이 롯의 집에 몰려 옵니다(4절). 그들은 롯에게 두 손님을 자신들에게 내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상관하다”(5절)는 성행위를 의미합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이방인들에게 집단적인 폭행을 가함으로서 우위를 점하려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행은 최악의 모욕이었습니다. 여러 남성이 한 남성에게 가하는 집단 성폭행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입니다. 소돔 성 사람들은 그 정도로 심하게 부패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돔과 고모라에 대해 하나님이 심판하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 사태를 맞아 롯은 아직 처녀인 두 딸을 내어 줄 테니 손님들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합니다(6-8절). 고대 사회에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처럼 취급 되었는데, 롯도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기 앞에서 롯이 분별력을 잃어 버린 것입니다. 소돔 사람들은 그 제안을 거부합니다(9절). 당시에 롯은 소돔 성의 원로로 대접 받고 있었는데, 막상 이해 관계가 갈리자 소돔의 주민들은 롯을 “자기도 나그네 살이를 하는 주제”라고 말합니다. 롯은 자신이 그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그를 여전히 이방인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성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모욕과 폭행을 주려는 데 있었기 때문에 롯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그러자 두 천사가 롯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 들이고는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하여 사태를 잠재웁니다(10-11절). 

 

두 천사는 롯에게, 이제 곧 재앙이 닥칠 터이니 모든 가족을 모으라고 일러 줍니다(12-13절). 롯은 두 딸과 약혼한 사위들을 찾아가 그 사실을 알립니다만, 그들은 롯의 말을 곧이듣지 않습니다(14절). 날이 밝아 올 무렵에 두 천사는 롯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는데, 롯은 결단하지 못하고 미적거립니다. 결국 두 사람은 롯과 그 식구들의 손을 잡아 끌어내어 소돔 성 바깥 안전한 곳에 피신시킵니다(15-16절). 안전한 곳에 이르자 두 사람은 롯과 가족에게 “뒤를 돌아 보지 말고”(17절) 멀리 있는 산으로 피하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롯이 가까운 동네로 피하게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 있었기에 롯은 산으로 피신하기에 두려웠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롯의 간청을 받아들여 근처에 있던 작은 성으로 피하게 만듭니다(18-22절).

 

그들이 소알이라는 성에 안전하게 피신한 후에 소돔과 고모라에는 엄청난 재앙이 내립니다(23-25절). 롯의 아내는 천사의 말을 무시하고 그 모습을 보려고 뒤를 돌아 보았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립니다(26절). 다음 날,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목도합니다(27-28절). 롯과 그의 딸들이 살아 남은 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29절).

 

묵상:

롯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잘못된 가치관과 그에 근거한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대한 그의 믿음은 그의 생각과 가치관과 행동 방식에 깊이 스며 들지 못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척박한 산악지대 보다는 비옥하고 번영했던 소돔을 주거지로 택합니다. 아브라함과 헤어졌을 때 그는 “평지의 여러 성읍을 돌아다니면서 살다가, 소돔 가까이에 이르러서 자리를”(13:12절) 잡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소돔 성으로 접근했고 결국 소돔의 주민이 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날 즈음에 그는 이미 소돔 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돔을 택하는 데서 드러난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은 끝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천사들을 맞아 들이고 대접하는 태도에서 롯은 아브라함과 큰 차이를 드러냅니다. 나그네를 환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는 정성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이 몰려 와서 나그네들을 내어 놓으라고 할 때, 그는 분별없이 딸들을 내어 주겠다고 협상을 합니다. 천사들이 소돔을 떠나라고 할 때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미적거립니다. 먼 산으로 피신 하라고 하자 가까운 동네로 피하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의 사위들은 장인의 말을 곧이 듣지 않습니다. 그가 영적인 사람으로서 감화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무시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아내는 뒤를 돌아 보지 말라는 천사의 말을 어기고 돌아 봄으로써 소금 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책임을 롯에게 떠안기려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죄는 각자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거룩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에 처하여 혼비백산, 허둥지둥 하는 것은 영적으로 허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믿음의 사람으로서 살아온 모든 순간들은 가족들에게 교훈이 되고 지침이 되어 그 전통이 전승되는 법입니다. 그뿐 아니라 믿음의 사람은 가족을 넘어 자신이 사는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롯은 그 점에서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는 소돔 성에서 신분 상승을 이루었지만 자신의 영향력으로 가족조차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는 믿음의 사람이었다고는 할 지언정 믿음의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두렵습니다. 믿음의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며 두렵고 떨립니다. 나도 롯처럼 이 세상에서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안전하게 살기만을 도모한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이 세상에 소금으로, 빛으로 살고 있는지, 반성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