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빌라도의 재판(8)(막15:4)

새벽지기1 2024. 3. 16. 05:23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막15:4)

 

국가와 기독교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어제 묵상의 마지막 문장을 보충 설명해야겠습니다. 자칫하면 여기에는 많은 오해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오해는 기독교가 국가 종교, 또는 시민 종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의 뿌리는 유럽 역사에서 콘스탄틴 황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콘스탄틴이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로 기독교는 유럽의 중심 종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박해를 받던 자리에서 이제는 박해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로마 황제와 교황은 이 세상을 완전하게 지배하는 쌍두마차였습니다. 여기에서는 국가와 교회가 아무런 대립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황제의 신적 권위를 보장해 주었으며, 황제는 교회의 물질적인 힘을 보장해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다른 오해는 국가와 교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세상을 통치하는 국가와 달리 교회는 순전히 영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일과 세속적인 일이 구분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이 온갖 유무형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복음을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교회는 정치적인 헤게모니를 얻기 위해서 정치적인 투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것에 지배받는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정치적인 투쟁을 마다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특성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분명히 로마의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죽음이었지만 예수님은 아무런 정치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정치적인 사건이 바로 십자가였습니다. 그 십자가가 실행되는 길목에 빌라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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