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그님이 왔습니다.
싸늘한 찬 바람에 한 발 내딛기조차 힘든 마음에 그님이 왔습니다.
고운 얼굴 단아한 미소에 뽀얀 마음을 갖고 왔습니다.
꼭 다문 그 입술, 그 마음이 열릴 줄 몰랐습니다.
미동도 없이 오래 동안 굳게 닫은 그 입술에 찬바람만 스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까지 아픈 냉기가 파고 든 듯 잔뜩 웅크린 채 옆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짧지도 길지도 아니한 시간에 그저 말없이 참고만 있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던 그님이 왔습니다.
환한 웃음 띤 얼굴로 왔습니다.
지난 찬 겨울의 아픔 긴 밤 사랑으로 풀어진 마음으로 왔습니다.
도톰한 입술로 촉촉한 내 마음에 입 맞추며 왔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그님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