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엡 4:6) 이 말씀에서 ‘만유(萬有)’란 하나님께 지음을 받은 피조물 전체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그 만유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님을 창조주 대신 “만유의 아버지”라고 고백한 것은 바로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만유가 하나님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과 동시에 그것은 피조물끼리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더더구나 인간끼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웃은 전체 생명을 이루는 하나의 세포처럼 서로 연결된 유기적 존재입니다. 결국,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은 하나로 연결된 유기적인 생명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과 우리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형체를 가지고 사는 세계와 영적 존재들이 사는 세계가 다른 세계가 아닌 하나의 세계임을 말해 줍니다. 물질의 세계와 영의 세계가 다르지만,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통하는 하나의 세계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장회익 교수의 “우주생명과 현대인의 암세포적 기능”이란 강연 내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단위를 세포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세포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생명체입니다. 그런데 장 교수는 세포 하나만 따로 떼어냈을 때 과연 그것이 생명의 단위라고 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그런 세포는 곧 죽기 때문입니다. 그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른 세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몸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세포의 유기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물체가 바로 생명의 단위인가?
그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혼자 살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살려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루고 또 자연이 공급해 주는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한 단계 더 높여서 생물종(種)을 생명의 단위로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생물종도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이 살아가려면 태양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올라가면서 생명의 단위를 찾다 보니 태양계가 바로 생명의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 교수는 그것을 ‘온생명(global life)’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태양계만 있으면 그 생명은 유지될 수 있는가?’라고 물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태양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그 태양계를 비롯한 모든 우주를 지탱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까지 받아들일 때 거기서부터 생명의 수수께끼가 모두 풀리게 됩니다. 이런 생명을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영원한’이란 형용사는 시간상으로 끝이 없다는 뜻보다는 하나님의 완전한 생명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이 완벽한 유기적 관계를 회복한 생명이 곧 영생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단위는 바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만유로 구성되는 영생임을 알게 됩니다.
장 교수는 그 강연에서 계속하여 말하기를 낮은 생명의 단계에서 큰 생명의 단계로 나갈수록 신비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였습니다. 세포가 모여 사람이 되고 정신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를 이루고, 이렇게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신비한 것들이 많이 나오고 생명의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발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장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만, 인간은 보이는 세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로 성장하고 진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세계로 올라가게 되면 거기에서 더욱 놀랍고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고, 우리의 영은 아주 고상하고 성결하며 뛰어난 능력을 갖추면서 하늘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장 교수는 ‘온생명’에 있어서, 인간은 가장 뛰어난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문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인간이 암세포적 존재가 되었다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암세포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기의 위치, 또는 자기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잃어버린 세포를 뜻합니다. 주변의 여러 조건을 생각하여 번식하지 말아야하는데, 자기 기능을 잊은 세포는 아무 때나 막 번식을 합니다. 그런데 그 번식된 세포가 역시 똑같이 기능을 잊은 세포이기 때문에 그 역시 또 막 번식을 하여서 그 주변에 혹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번식하는 암세포는 정상 세포를 죽이면서 결국 죽음으로 그 끝을 맺게 됩니다.
우리 인간이 바로 이런 암세포처럼 온생명 속에서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 자기가 감당해야 할 기능을 잊은 채 자기 번영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마구 발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온생명공동체에서 인간의 문명이 너무 커지면서 균형이 깨어졌고, 이 때문에 다른 부분들이, 특히 생태계가 손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알 수 없는 원인이라고 하였지만, 성경은 바로 그것이 죄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 전체 생명공동체가 영생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려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의미를 깨닫고 그를 통해 우리가 ‘만유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바로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셨고, 우리가 잃어버린 정보를 되찾아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를 믿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게 됨으로 우리가 해야 할 본분은 전체 생명공동체를 운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을 헤아려 거기에 동역하고 그 뜻을 받아서 이 땅에 실현해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이제 우리는 만유를 통일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 높은 생명의 단계인 영의 세계로 나아가기를 힘써야 하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지만 믿음으로 볼 수 있는 영의 세계를 탐구하고 더욱 높은 영성문화를 이루고자 공부하고, 기도하며,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이란 낮은 생명의 단계에서 더욱 높은 생명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가을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이 가을에는 더욱 높은 영적 생명의 단계에 오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한 발을 내 딛는 용기를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평지에서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영의 세계를 보면서 거기에 깃든 하나님의 은총과 능력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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