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쇼 쇼 쇼

새벽지기1 2016. 4. 1. 08:46


쇼 쇼 쇼


상당히 존경받던 목사가 임종하기 얼마 전 막역한 친구 목사에게 “인생은 쇼인가 봐!”라고 푸념어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그 목사는 자신이 담임했던 교회의 문제로 심한 마음고생을 하면서 자신의 사역에 대해 깊은 회한을 느꼈던 모양이다. 우리도 평생 그럴싸한 가면을 만들어내기에 분요한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 이런 자책과 아쉬움을 남기게 될지 모른다.


더 영특하고 재능이 뛰어나며 지식과 업적이 많을수록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끌어낼 수 있는 가면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는데 음흉할 정도로 탁월해진다. 거의 맨얼굴에 가까운 인조가면을 쓰고 참과 분별하기 힘든 쇼를 창출해낸다. 유명한 목사는 뛰어난 설교의 은사로 이 짓을 하고, 석학이라고 추앙받는 철학자나 신학자는 알량한 지식과 잔머리로 자신보다 한 수 아래 있는 이들을 기발하게 홀리는 비상한 재주를 발휘한다. 이런 얄팍한 포장과 쇼맨십이 아직 잘 통한다는 것이 한국교계가 깊이 없는 피상성에 함몰되어있다는 반증이다.


교계와 신학계에 포장술에 능한 사람이 유난히도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안에서도 이런 모습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헛된 영광을 탐하며 멋들어진 가면을 쓰고 어릿광대짓 하는 이들에 의해 하나님 나라가 진전될 턱이 없다. 그러니 한국교회에 하나님나라의 현실이 도래하기는 요원하다. 세상이 환호하는 화려한 종교적인 쇼와 명성과 성공이 하나님나라에서는 불살라질 지푸라기에 불과하다. 세상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 포장술도 하나님나라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가면으로 그 나라에 들어가 주님을 뵐 수 없다.


이 바닥에 포장과 쇼에 무척이나 서툰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한 이들도 적잖다. 비록 그들은 멋진 가면과 화려한 포장으로 무대 위에서 각광을 받지는 못하지만 천국은 바로 그런 이들의 것이다. 우리에게 주님의 얼굴빛이 비치면 우리는 가면 쓴 어릿광대짓을 그치고 주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우리의 참된 얼굴을 찾을 것이다.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