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입술의 열매로 배불러야 하는 사람

새벽지기1 2016. 3. 31. 07:24


목사는 그 입술의 열매로 배부르고 만족하는 사람이다. 주일에 성령의 은혜가 풍성히 임한 설교를 하고 나면 마음이 흡족하고 평안하다. 그러나 항상 이런 주일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 목사의 고충이다. 홈그라운드를 떠나서인지 미국에서의 설교 사역이 제 페이스를 잃은 것 같다. 계속 잠자리를 옮겨 다니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 건가. 이번 주일에는 잠자리에 들자마자 새벽 2시에 다급한 전화가 와서 잠을 설쳤다. 한 교회에서 내가 인도한 토요일 저녁 집회에 오래 전에 가르쳤던 청년들(지금은 장년이 되었지만)이 찾아와 밤 11시 넘게까지 회포를 풀고 헤어졌다. 

그런데 한 자매가 새벽 2시가 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 남편이 황급하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자매는 핸드폰도 집에 두고 가 도무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로 인해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이 아닌지 밤새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다른 자매와 오랜만에 만나 깊은 사정을 얘기하다가 새벽4시에나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왜 집에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남편은 일찍 잠자리에 들면 세상만사 모르고 골아 떨어져버리기에 그 날도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엉뚱하게 나만 피해를 본 것이다. 다음날 두 번이나 설교해야 하는데 밤잠을 날렸다. 주일 아침에는 설사까지 해대서 곤욕스러운 주일을 보냈다. 온화하고 차분한 설교로 조금이라도 성령의 온유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말씀 사역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속이 상하고 마음이 허하다. 아 목사는 입술의 열매로만 배부를 수 있는 존재인가보다는 사실이 더 절절히 느껴지는 주간이다.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