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프다. 평생 가시지 않는 아픔을 절절히 끌어안고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과거 미국 칼빈 신학교 교장이었던 존 크로밍가 교수는 평생 정신분열증에 걸린 아들을 곁에 두고 살며 피 말리는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정신병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충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그는 하나님께 화가 나곤 했다고 한다. 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워스도 평생 극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아내를 돌보며 미칠 듯 괴롭고 고독한 삶을 근근이 버텨냈다고 고백했다.
우리 주위에 평생 하나님께 간구하며 매달려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고통과 핸디캡으로 신음하며 사는 이들이 많다. 하우워스가 말했듯이, 이런 이들에게 신앙은 해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민족은 지금 개인과 가정의 아픔 뿐 아니라 무너져 가는 교회와 사회와 이 나라에 대한 염려와 아픔을 끌어안고 산다.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고뇌와 실존의 아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는 눈곱만큼도 없이 모든 문제의 정답을 가진 듯이 기독교 신앙을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는 천박하고 상업적인 메시지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어떤 설교자들은 기본적으로 인생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인물들을 향해 설교하듯이 청중의 실존과 동떨어진 메시지로 허공을 친다.
교인들이 처해있는 실존의 깊이에 도무지 파고들지 못하는 설교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제발 알 수 없는 인생의 고통에 질려 혼비백산해 있는 이들에게 믿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입빠른 정답을 툭툭 던지는 무정함과 경박함을 피해줬으면 좋겠다. 나부터..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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