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때, 저는 연합집회를 섬기고 있을 것입니다. 4월에 두 주간 교회를 비운 직후에 다시 한 주를 비우게 되어 교우님들께 무척 죄송하고, 윤목사님께 미안합니다. 교우님들의 기도에 힘 입어 거뜬히 섬기고 돌아갈 줄 믿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열 다섯 시간 동안 좁은 좌석에 스스로를 감금하고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좌석에 앉자 마자 곯아 떨어져 내내 잠을 자는 사람도 가끔 보지만, 저처럼 앉아서 자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무척 힘겨운 일입니다.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이 의자 등받이를 한껏 뒤로 젖히면, 불편은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웬만해서는 의자를 젖히지 않습니다. 뒤에 앉은 사람이 잠 자고 있으면, 살짝 젖힐 뿐입니다.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가 영화를 시청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영화를 볼 시간이 없는 저는, 장시간 여행 중에 최근의 문제작을 한두 편 골라 봅니다. 어두운 곳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눈에 상당한 피로를 느낍니다. 이어폰 때문에 귀가 먹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막을 읽으며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영화 시청에 대한 대안은 독서입니다. 이상하게도 저에게는 터미널과 비행기 안에서 책 읽을 때가 몰입도가 가장 좋습니다. 장거리 비행의 경우에는 실내 등을 꺼놓기 때문에 독서를 하려면 개인 등을 켜야 합니다.
지난 번에 귀국할 때, 개인 전등을 켜고 독서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난 후,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 분이 저의 등을 쿡쿡 찌릅니다. 돌아보니,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불 좀 꺼 달라고 손짓합니다. 사정이나 부탁이 아니라, 명령하듯 합니다. 잠시 기분이 상했지만, 책을 덮고 등을 껐습니다. 어둠 속에서 눈 감고 있으려니, 그 사람의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잠을 자려 하는데 잠이 오지 않으면 신경은 날카로워집니다. 그러니 제가 켜 놓은 등에서 발산되는 빛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겠습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들고 나왔는데, 터미널에서 읽다가 비행기에 올라서는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열 다섯 시간 동안 개인 전등을 한 번도 켜지 않았습니다. 영화 한 편 보고, 나머지 시간에는 눈을 감고,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며 잠을 기다렸습니다. 덕분에 쪽 잠이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잘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 내렸을 때, 다른 때보다 거뜬함을 느꼈습니다. 지난 번에 저의 독서를 방해했던 그분이 저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 싶었습니다.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은 운명 공동체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하게 경험하게 해줍니다. 운명 공동체 안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한 관심과 배려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손해요 희생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의 가정에, 교회에 그리고 국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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