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추수감사절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6. 4. 1. 05:35

추수감사절

 

우리나라 교회는 미국교회 전통에 따라서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미국은 넷째 주일을 지킨다. 농사 절기에서 비롯된 추수감사절이 농사와 전혀 상관없이 살고 있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추수감사절을 교회에서 지키는 여러 절기 중의 하나로 여길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지키는 절기는 대체로 헌금과 연동된다. 성탄절, 부활절, 맥추감사절, 추수감사절이 그것이다. 절기마다 헌금을 드리는 전통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도 될 때가 되었다. 평소에 헌금을 드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다. 절기 헌금을 드림으로써 신앙심이 깊어진다면 계속 유지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교회 형편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추수감사절을 맞는 기독교인들이 취해야 할 신앙적 태도는 내가 보기에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먹을거리의 존재론적 깊이를 포착하는 것이다. 쌀 한 톨이 우주의 무게를 지닌다는 사실을 뚫어보지 못한다면 추수감사절의 영성에 들어갈 수 없다. 그 한 톨 안에 태양과 물과 탄소 등에 의한 신비한 생명 운동이 들어 있다. 그것 하나가 세상에 출현하기 위해서 지구 전체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하나님의 창조 능력이라고 믿는다.

 

다른 하나는 자기와 자기 가족에게 하나님이 충분한 먹을거리를 내려주셨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웃의 먹을거리 문제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결단이다. 이를 위해서 공정무역이 필요하고,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주기도의 한 대목이 바로 추수감사절의 요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