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드리는 신앙고백
인간의 몸은 하나님께서 한 사람 안에 빚어 넣으신 가장 오래된 생명의 연대기이며, 영혼이 머무는 최초의 거룩한 성전이다.
나는 젊은 날, 몸을 힘과 기능과 움직이는 도구쯤으로 여겼다. 몸이란 훈련을 통해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는 근육과 힘의 집합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몸은 단순히 움직이고 버티는 기계가 아니라, 내 존재 전체를 말없이 떠받쳐 주고 견뎌준 믿음의 동반자였음을 깨닫게 된다.
내 몸의 장기들은 한평생 나를 버리지 않고 견뎌주었다. 심장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내 생명의 북소리를 두드렸고, 폐는 끝까지 들숨과 날숨을 나누어주었다. 간은 묵묵히 해독을 감당했다. 신체의 모든 장기들은 수많은 세월 속에서 묵묵히 원망 한마디 없이 나를 지켜주었다. 돌아보면 내 몸은 언제나 한결같이 내 편이었다. 내 신체에 이름 한 모든 부분들에 대하여 일일이 고맙고 감사하고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몸의 증상들이 불쑥 찾아올 때, 그것을 두려움의 신호로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깨우시는 영적 자명종으로 여길 것이다. 몸은 자주 내게 말한다. 돌아보라! 절제하라! 과신하지 말라! 몸은 내 기분과 내 감정을 따라 컨트롤해 주고, 먼저 반응하며 울어주고, 아파하고, 경고하고 나보다 먼저 나를 걱정해준다. 계절과 기후, 추위와 더위까지 먼저 알고 먼저 예견해준다.
몸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몸은 하나님의 은총이 거하는 집이며, 나에게 맡겨진 가장 신비롭고 오래된 교회다. 나는 고백한다. "내 삶의 영원한 주치의는 오직 주님이십니다." 나의 몸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는 영적 예배의 지체(롬12:1-2)인 것을 잊지 않으리라. 의술도 필요하고 약도 귀하지만, 심연에서 나를 살리시는 분은 생명을 불어넣으신 그분뿐이다.
나는 오늘도 이 몸을 통해 주님을 배운다. 나는 영혼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몸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비록 연약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성스러운 지체가 되어준다. 하나님은 나의 숨으로, 걸음으로, 노동으로, 휴식으로, 심장의 박동으로, 눈물과 기도로 드리는 몸의 신앙을 받으신다. 이제 내 몸을 통해 호흡 하나, 걸음 하나, 통증 하나까지도 감사의 기도로 변해간다. "우리의 겉 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도다."(고후4:16). 나는 믿는다. 인간의 존엄을 인간에게서 빼앗아 하나님께로 돌려보내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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