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로 가시는 길: 억지로 진 십자가
(마가복음 15:20-23)
십자가를 앞두고 모진 고문과 조롱으로 고통받으신 예수님이 십자가 형벌의 장소로 가십니다. 십자가로 가시는 마지막 길에서도 구원의 은혜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마가복음 15:20-23
20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21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22 예수를 끌고 골고다라 하는 곳(번역하면 해골의 곳)에 이르러
23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 받지 아니하시니라
십자가 형벌이 확정된 예수님에게 군병들이 가한 폭행은 포악하고 무자비했습니다. 사형 집행자들이 마음대로 가하는 잔혹한 고문이 허락되었기에 최대치의 육체적 고통을 주었습니다. 채찍질, 매질, 주먹질에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극심한 조롱을 추가했습니다. 형장으로 가시는 길에서는 예수님이 지고 가실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사람이 등장합니다(21절). 구레네 시몬은 북아프리카 구레네 출신으로 유대 땅으로 귀국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군병들이 예수님이 가시는 길 옆에 서 있던 구레네 시몬에게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구레네 시몬이 아니라 예수님 곁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던 바요나 시몬이 해야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구레네 시몬은 정말 운이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왜 거기에 서 있다가 남들은 하지 않는 고생을 했을까요? 그런데 이 구레네 출신 시몬을 가리켜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고 합니다(21절). 마가복음이 기록될 당시 두 아들이 마가복음의 독자들에게 알려진 교회의 리더가 아니었다면 이런 정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롬 16:13). 바울이 로마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말미에 초대교회의 지도자인 동역자들을 열거하는데 그 중에 ‘루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의 어머니라고 한 루포의 어머니는 구레네 시몬의 아내였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간 일이 구레네 시몬의 인생에 변화를 가져왔을 가능성입니다. 시몬은 예수님이 고통 가운데서도 옆에 달린 두 사형수를 배려하고 그중 한 사람을 구원하신 일도 지켜보았을 겁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어머니를 제자 요한에게 모셔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처형을 집행하는 병사들도 용서하셨습니다. 자신이 고통 속에 죽임 당하는 상황이었지만 사랑으로 배려하고 구원하시는 예수님을 보고 시몬이 뭔가 깨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구레네 시몬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그 아내도 바울에게 존경받는 믿음의 사람이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간 구레네 시몬에게 임한 구원의 은혜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구레네 시몬처럼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되어도 구원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이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십자가와 친숙해져서 예수님의 고난을 기꺼이 배우고 훈련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주님이 인도해 주소서. (by 원용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