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감출 수 없는 그분의 정체 (막 1:40-45)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1. 14. 04:37

 

해설:

어느 날,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께 찾아와 고쳐 달라고 간청한다(40절). 당시에는 한센병 뿐 아니라 난치의 피부병을 모두 “나병”이라고 불렀다. 나병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여겨졌고(민 12:10),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율법에 따라 부정한 존재들로 간주되어 격리되었다(레 13장). 유대인들은 그런 사람들과 접촉하면 부정 탄다고 믿었기 때문에 멀리 했다. 이 사람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고 용기를 내어 예수님에게 찾아왔다. 격리지를 이탈한 것이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이 격분하여 돌팔매로 그를 쫓아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사람을 내치지 않으셨다. 오히려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고”(41절) 말씀으로 치유해 주신다. “깨끗하게 되어라”는 명령만 해도 될 일인데 굳이 손을 대신 이유는 “그를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불쌍히 여기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스프랑크니조마이’는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아픔을 의미한다. 나병 환자의 고통과 외로움을 아시고 깊이 공감 하셨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이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거룩하신 분이 부정한 사람을 만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부정 타는 것에 개의치 않으셨다.  

 

그러자 그의 나병이 즉시로 나았다(42절). 율법은 악성 피부병으로 인해 격리되었던 사람이 회복되면 제사장에게 찾아가 완치 판정을 받도록 규정한다(레 14장).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 곧바로 제사장에게 찾아가 율법 규정을 따라 회복 절차를 밟으라고 하신다(43-44절). 그래야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수님은 그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신다(45절). 당신의 정체가 섣불리 알려지면 군중심리 때문에 당신의 계획대로 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유 받은 사람은 그 기쁨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래서 결국 예수님은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셔야 했는데, 머지 않아 사람들이 또 다시 그곳에 몰려든다.  

 

묵상:

예수님의 활동이 지속될수록 그분의 정체가 불쑥 불쑥 드러납니다. 그분은 때가 이르기까지 당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십니다. 귀신 들린 사람이 당신의 정체를 알아보고 말할 때마다 입을 다물라고 하십니다. 질병으로부터 놓임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당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그렇게 입단속을 해도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에 관한 소문은 점점 퍼져 나갑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할 수 있는대로 당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 하십니다.

 

예수께서 당신의 정체에 대해 비밀을 지키려 했던 이유는 나중에야 드러납니다. 그분이 하셔야 할 일은 이적의 능력으로서 사람들을 모으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죄를 해결하는 ‘고난의 종’의 사명을 이루는 데 있었습니다. 귀신을 내쫓고 질병을 고치는 능력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분에게서 터져 나오는 능력이었습니다. 그 능력은 군중을 동원하여 권력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 고난의 종으로서 죽음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정체가 알려지면 그분은 이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이적의 능력으로 로마군을 몰아내고 지상 왕국을 세울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릴리 민중은 그들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원해 줄 메시아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메시아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목숨을 내걸고 궐기할 태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이 정체가 알려지면 예루살렘에 가 보지도 못하고 군중에게 밀려 반란의 주동자로 체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당신의 정체를 숨겨 가면서 먼저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시고 또한 경험하게 해 주셨던 것입니다. 때가 되면 권력자에게 넘겨져서 죽음을 당하게 되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가르침과 그분의 행동은 볼 눈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분의 정체를 보게 해 주었습니다. 빛이 강하면 아무리 가리려 해도 빛이 새어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님, 주님께 대한 우리의 마음이 유대인 군중의 마음과 같을 때가 많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목적이 주님의 능력으로 우리의 바램을 이루고 싶어합니다.우리가 아직 주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 주님, 저희의 눈을 밝혀 주셔서 주님이 누구신지 제대로 알게 해주십시오. 우리를 위해 주님을 이용하려는 마음을 내려 놓고 주님을 위해 저희를 온전히 드리게 해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