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국회의원 선거일
왠지 내키진 않았지만 아침 일찍 의무를 다하고...
KTX에 몸을 싣고 대구행,
좀 피곤하다는 핑게로 기차를 이용했지만
나름대로 현명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속도감속에 펼쳐지는 봄 풍경은
나를 먼 여행으로 인도하는 듯...
그져 좋았다.
사실은 윗 사진의 두분을 만나기 위해 오래전부터 기약한 여행,
이젠 그 여행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감각적 판단이
비록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지만
이 여행을 강행케했을게다.
두 분은 나의 스승이시다.
나의 믿음의 스승이시며 나의 삶의 방향타시다.
나의 삶의 중반부는 바로 이 분들의 영향권 아래 이루어졌다.
올해로 뵌 지가 꼭 20년이 되었다.
(아니 30년 전에 딱 한번 뵌 적이 있었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이 두 분의 사랑과 기도가운데 살아왔다.
내 나이 30중반 한참 혈기왕성하고
아내의 연약함 그리고 직장에서의 분주함으로 인해
좌충우돌하며 그져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 못했을 때 두 분을 만났다.
이 분들의 삶으로부터 진정한 행복자의 모습을 보았고
참된 승리자의 삶을 보았다.
세월을 초월하여 사는 삶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영원속에서 오늘을 사랑하는 삶을 보았다.
2-3년 전에는 이 분께서 책을 몇권 출간하셨는데
이 때 연세는 이미 팔십이 넘으신지라 주위 분들을 놀라게 하셨다.
나는 이 두분 앞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가 되고만다.
두 분의 따뜻한 눈길이 그렇고
나 또한 이 분들 앞에서는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기도하다.
3년 전 딸이 살고있는 대구로 이사가시기 전에는 서울에서 사셨는데
그때는 가끔 들렸지만, 지금은 1년에 두세차레 밖에 뵙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러차례 병원 신세를 지셨는데
얼마전 전화를 통하여 들려오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빨리 찿아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했다.
사모님으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더욱 조바심을 내게 되었다.
초인종을르 누를 때에는 왠지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사모님의 마중으로 현관을 들어섰을응 때에도 여전히...
사모님께서 서울에서 배장로가 왔다고 큰 소리로 부르시면서 하시는 말씀...
'나오실려면 좀 시간이 걸리신다'고...
그런데 사모님께서 말씀이 끝나자마자,
"누가 왔다고?"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마치 뛰어나오시는 듯(?)
사모님의 놀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은 조금 전 까지도 눈을 뜨시는 것 조차 힘드시는 모습이셨다는 것,
급격히 기억력 조차 떨어져 대화가 좀 힘든 상태였다고
내가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애기를 들으신 때부터
생기를 얻으시고 내내 나를 기다리셨다고.
사모님의 부축으로 의자에 앉으신 모습이 측은하셨는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힘찬 목소리로 나를 맞이하시는 모습속에 모두 다 놀라기도.
그리고 마치 유언이라도 하시는 듯
토해내시는 그 말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차고...
옛 일을 생생하게 기억해 내시면서
아들에게 제자에게 교훈하시는
그 모습은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셨다.
무엇보다도 사모님을 자랑하시는 듯 소개(?)할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사람은 나의 아내지만
나의 의사요 간호사지,
나의 친구요 나의 고문이고
나의 삶의 진정한 동반자야!
그 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아마도 오늘이 이렇게 뵐 수 있는 마지막이 아닌가?라는 생각때문에
자리를 일어설 수가 없었는데...
나는 진심으로 그 분께서 5년만 더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분 앞에 나의 삶의 계획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 계획이 성취될 때 그곳에 반드시 계셔야한다고 떼를 쓰기도했다.
절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나님께 떼라도 써야겠다.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두분의 모습이 짜꾸만 떠올랐는데
20년 뒤의 나의 모습도 같이 떠올려보기도했다.
무르익어가는 봄날의 따스함이 차창을 통해 전해왔지만
오늘 나의 여행은 나를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에겐 많은 스승이 계시다.
우리 33친구들 모두도 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