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기독교 교리의 하나인 하나님의 심판에서 확인된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그가 행한 대로 갚으신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마 16:27절은 이렇다.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때에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리라.” 롬 2:6절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그 행한 대로 보응하시되...” 여기서 ‘행한 대로’라는 구절이 종종 오해된다. 착하게 살았느냐 아니냐, 믿음생활을 잘했느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세상은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행한 대로’ 우리를 심판하신다면 아무도 구원받을 수 없다. 성경이 말하는 ‘행한 대로’는 전혀 다른 뜻이다. 칼 바르트는 『교의학 개요』 189쪽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심판은 의롭다. 다시 말해 그 심판은 인간에게 그가 원했던 것을 준다. 그 판결과 그것의 집행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닐 것이고, 창조주는 창조주가 아닐 것이며, 인간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의 심판을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재판과 비슷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재판은 피의자가 범법을 통해서 얻으려 했던 것을 강제적으로 포기시킨다. 횡령을 했으면 돈을 빼앗는다. 폭행을 가했으면 더 이상 폭행을 가하지 못하도록 사회로부터 분리시킨다. 이에 반해 하나님의 심판은 오히려 인간이 원하는 것을 허락하심으로써 집행된다. 돈 버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은 사람에게는 그런 삶을 허락한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쟁에 들어가게 한다. 하나님은 모세와 이집트 파라오와의 정치 협상에서 파라오의 마음을 ‘완강하게’(출 8:15) 하였다거나, 하나님이 모든 경건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정욕대로 더러움에 놓아두셨다.’(롬 1:24)는 표현이 다 통하는 말이다. 하나님의 심판은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이미 실현되었다는 뜻이다.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함께 하심’이, 하나님을 부정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부재’가 바로 하나님의 심판이다. 바르트에 의하면 하나님의 부재가 곧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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