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철학
판넨베르크는 뮌헨 대학교 개신교 신학부에서 1993/94년 겨울학기를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십 수 년에 걸쳐 ‘Theologie und Philosophie’라는 과목을 개설했고, 그 강의를 1996년도에 출판했다. 2001년도에 나는 그의 책을 한들출판사를 통해서 번역 출판했다. <신학과 철학>은 신학생들과 신학과 관심이 있는 목사들에게 필독서다. 서론 부분의 몇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하겠다. 이를 통해서 신학과 철학의 역사적 관계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한 역사 형태를 갖춘 기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기독교 교리가 진리라는 사실을 해명하고 판단하기 어렵다(13쪽).
조직신학은 기독교 역사에서 볼 때 교부시대 이후로 늘 철학과의 논의를 통해서 발전되었다(13쪽).
조직신학 작업에 충실하려면 철학적 지평에 대한 이해를 확보해야만 한다(14쪽).
철학의 근원은 종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철학은 종교로부터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종교적 전승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면서 시작되었다(15쪽).
헬라 세계에서 이미 유대인들의 유일신론은 다신론적 민족 신앙에 대한 철학적 비판에 의해서 하나님에 대한 유대인들의 신앙이 옳은 것으로 확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17쪽).
위의 단편적인 글에서 우리는 신학과 철학이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건 접어두고 첫 번 문장만 설명하겠다. 두 가지다. 하나는 철학적인 이해가 없으면 기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교리는 하늘에 떨어진 게 아니라 역사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다. 하나님이 유일한 분이라는 사실은 다신교에 대한 헬라 철학자들의 비판과 연관된다. 삼위일체론은 플라톤 철학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기독교의 인간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관계를 맺는다. 이런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기독교 역사를, 또는 역사를 통한 기독교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철학적인 이해가 없으면 오늘 기독교 교리가 진리라는 사실을 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님의 창조와 그 완성에 대한 기독교 교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충분하지 이런 학문적인 공부가 왜 필요하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철학자체에 의미가 있어서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철학 공부는 바로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는 사실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기독교는 열광주의에 떨어지고 만다. 잠시 뜨거울지는 몰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기독교 역사는 이런 근거를 확보하려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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