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일본의 전통 단시(短詩) 하이쿠의 대가 잇사의 시 『틈』을 하나님께 드리며
‘빈틈으로 주님의 은혜가 흐릅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틈
아름다워라
찢어진 문틈으로
보는 은하수
손가락 하나에도 쉽게 찢기는 장지문의 불규칙한 구멍으로
광대무변의 은하수가 내다보입니다.
깨진 틈은 흠이 아닙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옵니다.
한 도공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그릇들을 빚어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사람들은 매끈하고 화려한 도자기를 골랐습니다.
가장 구석에 금이 간 질그릇이 있었습니다.
한쪽은 깨져 있었고, 빛깔도 흐릿하고 볼품없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아무 데도 못 쓰일 거야.”
금 간 질그릇은 스스로를 탓하며 숨죽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공이 조용히 그 질그릇을 들어
밤길을 가는 한 노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 안엔 조그만 촛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금이 간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둔 길을 걷던 사람들은 그 빛을 따라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길을 찾았습니다.
질그릇은 깨달았습니다.
“나의 금 간 자리는, 빛이 흘러나오는 통로였구나.”
완전하지 않아도, 주님의 빛을 품으면 우리는 길을 밝히는 그릇이 됩니다.
완벽한 마음보다 조금은 부서진 마음이 더 따뜻합니다.
빛은 그 조각 사이로 들어옵니다.
틈이 있다는 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니라
들어올 자리를 남겨뒀다는 뜻입니다.
완벽한 돌에는 물이 머물지 않습니다.
틈이 있는 돌만이 강을 품습니다.
인공지능에는 틈이 없습니다.
바둑을 두어도 져주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상처도 없고, 그 상처에 피어나는 시도 없습니다.
완벽하지만 비를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항상 옳았고, 그래서 한 번도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틈이 있는 사람, 자신이 죄 많고 치유를 받아야 할 존재,
주님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할 때 치유가 가능합니다.
자신이 건강하고 의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예수님을 만나도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틈이 있는 사람, 그래서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이웃도 들어올 넉넉한 공간을 가진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막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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