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 (출 4:1-17)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5. 7. 05:23

해설:

앞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부름에 대해 핑계를 대며 두번 사양한다. 첫번째는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두번째는 하나님의 이름을 알려 달라고 요구한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친절하게 모세를 설득하신다. 하지만 모세는 여전히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모세는 세번째로 또 다른 구실을 하나님께 제시한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여쭌다(1절). 그러자 하나님은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던져 보라고 하신다. 그대로 하니 그 지팡이가 뱀으로 변한다. 모세가 놀라 뒷걸음 치니, 하나님은 그에게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하신다. 그렇게 하니 뱀이 다시 지팡이로 변한다(2-4절).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 이적을 보여주라고 하신다(5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하나님은 모세에게 손을 품에 넣어 보라고 하신다. 손을 품에 넣었다가 꺼내 보니 “그 손에 악성 피병이 들어서, 마치 흰 눈이 덮인 것 같았다”(6절). “악성 피부병이 들어서”는 번역자가 첨가해 넣은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진 모세에게 하나님은 손을 다시 품에 넣으라고 하신다. 말씀대로 하얘진 손을 품에 넣었다 빼니, 피부가 원상으로 회복되었다(6-7절).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팡이 이적을 믿지 않으면 피부병 이적을 보여 주라고 하신다(8절). 그래도 믿지 않으면 나일강 물을 퍼다가 땅에 부으라고 하신다. 그러면 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하신다(9절).

 

그러나 모세는 여전히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네번째로 그는, 자신이 지도자가 되기에는 말재주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10절). 그러자 하나님은 그에게, 할 말을 알려 줄 것이며 말하는 것을 도와 주겠다고 답하신다(11-12절). 모세는 더 이상 하나님의 부름을 거부할 핑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시기 바랍니다"(13절)라고 간청한다. 다섯번째에 이르러 하나님은 "크게 노하시어" 그의 형 아론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니 그를 붙여 주겠다고 말씀하다(14절). “그가 지금 너를 만나러 온다”는 말씀은, 하나님이 아론에게 따로 나타나셔서 불러내셨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님은 두 사람과 늘 같이 할 것이며, 아론은 모세에게 대변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15-16절). 하나님은 모세에게, 가서 손에 잡고 있는 지팡이로 이적을 행하라고 하신다(17절).

 

묵상:

모세는 하나님의 부름에 대해 다섯 번이나 사양을 합니다. 처음에는 그럴 듯한 핑계를 대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은 아니라고 무조건 사양 합니다. 하나님께 선택받고 부름 받는 것은 영예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부름에는 그만한 희생과 고난이 따릅니다. 모세는 하나님에게 선택 받았다는 영예보다는 그 선택에 따른 희생과 고난을 더 무겁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이제 80 줄에 들어선 노인입니다. 젊은 시절에 그런 야망을 품어 보기는 했지만 이제는 모든 야망을 내려 놓고 노후나 즐길 나이입니다. 그는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로 인해 이집트의 앞선 문명을 맞설 능력도 모두 잃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부름에 즉각 응답하고 따라 나서는 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모세가 거듭거듭 사양하는 것은 너무도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거듭거듭 그를 설득하여 장도에 나서게 하십니다.

 

왜 하나님은 짱짱한 나이에 모세를 부르지 않으셨을까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열정이 부글부글 끓어 오를 때, 그의 정신과 육신이 팔팔할 때 그리고 이집트의 정치와 경제 상황을 꿰뚫고 있을 때에는 그를 미디안 광야에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 아까운 인재가 양치기로 썩고 있을 때 침묵 하시던 하나님은 왜 이제서야 모세를 불러 이 거대한 일을 하게 하셨을까요?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은 모세의 인간적인 능력으로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모세에게서 하나님께 필요한 것은 열정도, 능력도, 힘도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는 듯이 바라보며"(히 11:27) 나아갈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하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인간적인 모든 요소들이 늙고 낡아갈 때 하나님은 그를 불러 내셨습니다. 

 

그랬기에 모세가 거듭거듭 사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그 모세를 설득하여 끝내 장도에 오르게 하신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기도:

주님, 아직도 주님 앞에 저희가 무엇이나 되는 양,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것으로 주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양, 착각하고 있는 저희의 모습을 대면합니다. 저희가 철저히 무용해질 때 주님께 유용해진다는 것을, 저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낮아질 때 주님께서 높여주신다는 것을, 저희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무익하고 무용한 저희를 받으셔서 주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희는 주님 안에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