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7일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전임자로부터 교회와 주변 마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교회가 있어야만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1948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시작한 여순사건과 6.25때의 빨치산 사건이 교회가 있는 이곳과 무관하지 않았다.
격전의 현장에 세워진 교회
마을 뒤편에 있는 백아산은 그 능선이 지리산까지 연결된 곳으로 당시 빨치산의 본부가 있던 곳이었다. 밤에는 빨치산이 내려와 국군에게 협조한 사람들을 죽이고, 식량을 빼앗아가고 낮에는 국군이 들어와 지난밤에 빨치산에게 협조한 사람들과 가족들을 처형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었고 그 상처는 앙금처럼 깊이 가라앉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험한 세월동안 죽음 앞에서 얼마나 떨며 마음 졸였을까! 생각해보면 이들의 아픈 상처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평생을 미움과 원망으로 용서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멍들어 있을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요즘, 그때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보상을 하겠다고 여러 가지 것들을 조사해 갔다.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울며 몸서리치는 한 집사님의 모습에서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게 된다. 이곳에 있는 영혼들을 치유하시고 살리실 이는 우리 하나님의 사랑밖에 없기에 하나님께서는 이 골짜기에 주님의 몸된 교회를 허락하셨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해에는 신명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 용서할 수 없는 패역한 자들을 용서하시고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공부했다. 60여 년이나 지난 그때의 일은 방금 전의 일처럼 또렷하게 설명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조금 전에 광고한 내용은 금방 듣고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분들, 우리나라 평균 수명 연령을 훌쩍 넘기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저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힘이나 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오직 여호와의 신으로 되는 일이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나님의 저들을 향하신 간절한 사랑과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오늘도 저들을 천국으로 더 가까이 인도하고 계심을 믿는다.
우리 교회 할머니들에겐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이 많으셔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인사를 한다. 이마를 마주 대고 볼을 비비며 ‘사랑해요’하면 제일로 좋아하신다. 처음에는 멋쩍어 하시던 분들도 이젠 심방을 가면 손을 덥석 잡아주시고 눈을 맞추고 이마를 부딪치며 반가워라 맞아주신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할머니는 이마를 맞대고 내 얼굴을 좀더 적극적으로 비벼대신다.
이곳에 있는 이 한 영혼을 온 천하보다도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그 사랑이 오늘도 이 영혼들에게 살 소망을 주시며 천국에 잇대어 있는 삶을 살게 하신다. 치유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목회자의 연약함도 함께 치유하시는 하나님은 윈윈(Win & Win)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이 농촌 산골짜기에도 교회를 세우셔서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사랑을 쏟아 부어 주신다.
사랑 쏟아 부으시는 하나님
올해 우리 교회의 목표는 ‘마음으로 뜨겁게 피차 사랑하자’이다. 지난날 우리 성도들의 상처가 우리 하나님의 사랑으로 치유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하나님의 지극히 크신 능력을 믿기에 올해 우리 교회 사랑의 온도계가 날로 상승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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