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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 성주진 전 합동신학교 구약학 교수

새벽지기1 2019. 12. 25. 07:09



화이트 크리스마스?


많은 절기가 그렇듯 성탄절도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뜻은 가려진  채 덧붙여진 하위 문화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예수님이 태어난 당시 베들레헹에 함박눈이 내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나타나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는 벽에걸린 스타킹에 선물을 가득  담아주고 사라진다. 이렇게 상황화 된 동화적 덧칠들은 꿈을 키우는 장치로서 크게 해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덧칠들은 부정적인 잔상을 남긴다. 상업적, 민속적, 인도주의적 덧칠들은 성탄의 독특성을 인간적인 일상성으로 희석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차적인 이미지의 총체에 짓눌려 성탄절의 참 뜻이 잘못  이해되기 쉽다. 오해가 쌓이다 보면 성탄 이야기에 담긴 구원의 놀라운 소식은 진부한 교훈과 광고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로서는 성탄  이야기 자체에 가해진 덧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벗겨낼 필요가 있다.


첫째, 예수님의 탄생기사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두 군데 나타난다.
두 이야기를 혼동해서 상반된 성탄 이야기를 반영하는 상호 모순된 두 전승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본문은 두 사건이 서로 다른 정황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목자들의 이야기는 예수의 탄생 직후에 발생한 일이고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는 상당한 기간이 흐른 후에 일어난 일임이 분명하다. 동방박사들의 출현 시기에 있어서도 마태복음 2:7-8에서 ''이에 헤롯이 은밀히 지혜  자들을 불러 그 별이 나타난 때를 부지런히 그들에게 묻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어린아이(the young child)를 부지런히 찾아보고 찾거든 또 내게 말을 전해  두어 나도 가서 그에게 경배하게 하라 하더라.''고 하신 말씀에서 막 태어난 아기(the baby)가 아님을 나타냈으며, 마2:16에서 헤롯이 ''두 살 이하  어린이를'' 다 살육하도록 하였다.'


둘째, '동방박사'의 수와 정체에 관한 덧칠이 있다.
우리말 찬송가에도 '동방박사 세 사람'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이들의 수가 셋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가져온 예물이 황금과 유향과 몰 약, 이렇게 세 가지인 점에서 유추한 것이다. 또 그들은 당시의 왕이나 오늘날의 박사와 동일시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셋째, 마구간도 마찬가지다.
아기 예수를 놓은 '구유'는 '외양간'을 암시하고 있지만, 말들이 실례하는 보통의 마구간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어떤 비평가는 마구간이란 단어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신빙성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성경이 아닌 사람들의 상상에 대한 공격일 뿐이다. 성경 본문은 '구유'만을 언급할 뿐, 일정한 형태의 마구간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소에 있어서 막 태어난 아기는 구유에 뉘어 있었으나 마2:11에서는 '그들이 집(the house)'으로 들어가 어린아이가 자기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이에게 경배하고 자기들의 보물 함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 약을 그에게 선물로 드리더라''고 말씀하고 있다.


넷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시기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난 시기는 겨울철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눅2:8에서 ''목동들이 들에서 묵으면서 양떼를 치고 있었다.''.고 말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12월 25일 경은 추워서 목동들이 들에 거하며 밤에 자기 양떼를 지켰다'' 라고 한 내용으로 볼 때, 탄생 시점이 겨울이 아니라 가을(9-10월 중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민족의 절기 내용을 보아도 유대력 7월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시기는 결코 12월 25일이 아니다. 그리고 신학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33년 6개월을 이 세상에서 사셨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시기가 유월절이다. 유월절은 유대력으로 1월 14일 밤이다(출12:6). 그렇다면 예수님의 태어난 시기는 6개월 전인 7월 14일은 지금의 태양력으로 10월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12월 25일을 매년의 크리스마스 축제로 기념하는 것에는 문제점이 있다.


다섯 째,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지키라고 말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님은 그리스도인에게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여 주님의 만찬을 지키고, 보이라고 말씀하셨으나 자신의 탄생을 기념하여 지키라는 말씀은 없다. 즉 다시 오시는 주님을 ''고대하고 서두르라(hasting: 신부 단장)''고 말씀하신다. 성경에서 생일잔치를 행한 일이 두 번 나오는데 이방인들이 자신의 태어난 날을 기념하여 자신의 기쁨을 취하는 날이다.


우리는 문자보다 이미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메시지보다 매체가 중요하고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시대에 영상 매체로 전달되는 성탄절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는 성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 교회가 먼저 말씀에 근거하여 성탄의 이미지를 바로잡을 때, 성탄절에 대한 세상의 오해는 점차 불식되고 우리의 믿음은 강화될 것이다. 이번 성탄절은 여러 종류의 덧칠을 벗겨내고 성탄의 진리들을 하나씩 묵상하면서 구원의 은혜를 새롭게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


성탄은 초림으로써, 주님의 재림을 전제하고 있다. 당시에 진정한 의미에서 주의 오심을 기대한 사람이 적었던 것처럼 오느날 주의 재림을 바로 대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성탄은 하나님이 사라이 되신 신비로운 사건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죄인을 구원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다윗의 후손으로 나신 이, 그는 곧 만  왕의 왕, 만주의 주, 그리고 나의 주님이시다. 그분은 또한 세상의 빛이시다. 무지로 캄캄해진 이 땅을 주님의 빛으로 밝히시려고 이 땅에 오셨다. 그분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로서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시기 위하여 오셨다. 성탄은 하나님의 구원계획을 성취하는 첫 기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