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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로폰의 편지'

새벽지기1 2018. 10. 12. 11:28


'벨레로폰의 편지'


이런 일화가 있다.

추장이 손자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두 마리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손자가 물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그러자 추장이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신화 속 인물인 벨레로폰의 마음에도 두 마리 늑대가 살았다.

그는 용감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교만에 빠지고 말았다.

교만이라는 늑대에 먹이를 주었던 벨레로폰은 결국 마음의 늑대에 지고 말았다.


‘벨레로폰의 편지를 받았다’는 표현을 가끔 보게 된다.

그것은 불리한 제안을 받았다는 뜻이다.

'벨레로폰의 편지'는 그것을 전하러 온 당사자에게 매우 불리한 편지라는 뜻이 있다.


벨레로폰의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을까?

그 이야기는 어떤 음모로 시작된다.

벨레로폰은 코린토스의 왕자였지만 조국에서 추방당했다.

죄를 짓고 쫓겨난 벨레로폰을 받아준 사람은 티린스의 왕인 프로이토스였다.

그런데 잘생긴 벨레로폰에게 첫눈에 반한 안테이아 왕비가 그를 유혹했다.

벨레로폰이 그 사랑을 거부하자 왕비는 단단히 화가 났다.

왕비는 남편인 프로이토스 왕에게 거짓말을 했다.

"저 사람이 저를 유혹하려 했어요." 음모였다.

그러나 왕은 왕비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왕은 벨레로폰을 당장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벨레로폰은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이 아닌가.

고대 그리스의 나그네는 신과 동격으로 삼을 정도로 귀히 여겼다.

그는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이 편지를 리키아의 이오바테스 왕에게 전해주게."

이오바테스 왕은 프로이토스 왕의 장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벨레로폰은 왕의 편지를 들고 리키아로 갔다.

그리고 그 편지를 리키아의 왕에게 전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편지를 들고 온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결국, 벨레로폰은 자기의 사형 집행 영장을 들고 간 셈이었다.

여기서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몹시 불리한 편지'라는 뜻의 '벨레로폰의 편지'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이오바테스왕도 나그네를 죽이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사위의 부탁은 들어줘야 하겠고, 찾아온 손님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일 수는 없어서 고민하던 이오바테스왕은

벨레로폰에게 부탁을 했다.

"우리나라에 괴물이 하나 있네. 그 괴물이 인간을 제물로 요구하면서 곡식을 파헤치고 동물을 죽이고 있어.

자네가 그 괴물을 처치해주게."

머리는 사자인데 몸은 염소이고 독사의 꼬리를 지녔으며 화염을 뿜어내는 무서운 괴물 키메라를 처치하라니,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암담하기만 한 그의 앞에 예언자가 나타나 일러주었다.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 찾아가 보시오."

벨레로폰은 예언자의 말을 따라 아테나 여신의 신전으로 갔다.

그곳에서 잠시 잠이 든 사이에 꿈속에 아테나 여신이 나타났다.

"페가소스의 도움을 받아 키메라를 물리쳐라."

페가소스는, 무서운 괴물 메두사의 목을 영웅 페르세우스가 베어 죽였을 때 흘러나온 피에서 생겨난, 날개 달린 천마였다.

"내가 그대에게 페가소스를 길들일 수 있는 황금고삐를 주겠노라."

벨레로폰이 잠에서 깨어나자 손에 황금 고삐가 쥐어져 있었다.

페가소스를 탄 벨레로폰은 하늘을 날아 무시무시한 괴물 키메라를 처치하러 갔다.

키메라가 쉴 새 없이 내뿜는 화염도 하늘을 나는 페가소스의 빠른 날개에는 닿지 못했다.

벨레로폰이 쏜 화살을 정통으로 맞은 키메라는 결국 죽었고,

벨레로폰은 의기양양하게 돌아와 왕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분부하신 대로 키메라를 물리쳤습니다."

키메라를 물리친 사실에 놀란 이오바테스는 이번에는 또 다른 과제를 내주었다.

"여전사들인 아마존과 솔리모이 군대와 맞서 싸워주게."

벨레로폰은 왕의 명령대로 또 한 번 페가소스를 타고 날아올라 그들을 물리쳤다.

해적을 소탕하라는 명령도 역시 완수해내었다.

이오바테스 왕은 그의 용기와 성실성을 인정했고, 둘째 딸 필로노에 공주와 결혼시켰다.

그 후 벨레로폰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틈만 나면 페가소스를 타고 사방을 날아다녔다.

그는 황금 고삐를 믿고 점점 거만해져 갔다.

'교만'이라는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벨레로폰은 페가소스를 타고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에 오르려는 시도를 했다.

올림포스는 신들만이 사는 신들의 장소였다.

인간은 감히 꿈꾸면 안 되는 곳이었다.

제우스는 벨레로폰을 향해 등에 한 마리를 냈다.

등에가 페가소스의 엉덩이를 찌르자 페가소스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벨레로폰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몸은 마비되었고, 날아오르느라 태양을 너무 가까이 봤기 때문에 눈이 멀었다.

그 후 벨레로폰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간의 오만에 대한 신의 경고는 가차 없다. 잔인하다.

벨레로폰에게 있어서 페가소스는 빌린 말이다.

목적을 이루면 그것을 돌려줬어야 했다.

그러나 돌려주지 않았고 마치 자기 자신의 힘인 양 오만해졌다.


우리 중에 누가 과연 벨레로폰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금 가진 것이 영원한 것인 양 어깨를 세우고 우쭐대는 현대판 벨레로폰들이 참 많다.

지금도 우리 마음 안에는 두 마리 늑대가 살고 있다.

그중에 한 마리가 가진 것은 이런 것들이다. 분노, 탐욕, 거만, 거짓, 자만심, 그리고 이기심....

그리고 다른 한 마리가 가진 것은 이런 것들이다. 사랑, 인내심, 겸손, 친절, 동정심, 그리고 믿....

그중에 우리는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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