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프란시스 쉐퍼

천 마일의 거리를 만드는 분수령 - 성경의 영감과 권위 / 프란시스 쉐퍼

새벽지기1 2016. 7. 15. 14:05


스위스에 있는 우리 주거지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높은 바위 능선이 하나 있고 양쪽에는 계곡이 있다. 한번은 능선 비탈에 눈이 덮여 있을 때 거기 올라간 적이 있었다. 눈은 거기에 고스란히 덮여 있었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 연결은 환상에 불과했는데, 그것은 눈이 커다란 분수령 위에 차곡차곡 메워진 채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눈더미 한쪽이 녹으면 한쪽 계속으로 흘러내려 가고, 그 옆에 있던 눈더미는 녹아 다른 쪽 계곡으로 흘러 내려갔다.

 

그런데 한 쪽 능선에서 녹은 눈은 그 능선 양쪽 비탈을 타고 계속으로 흘러내려가 조그마한 개울을 이루고 이 개울 물은 라인강과 합류한다. 그리고 라인 강물은 독일을 가로질러 흘러 북해의 차가운 물삼켜져 버린다. 그런데 능선 다른 쪽 분수령을 따라 흐르기 시작한 눈 녹은 물은 깎아지른 듯한 능선 벽을 타고 급류로 내려와 론 계곡으로 들어간다. 이 물은 락 레망(제네바 호수)으로 흘러들어가 땅 밑으로 해서 론 강으로 또다시 흘러, 프랑스를 통과한 다음 따뜻한 지중해의 물과 섞인다.

 

눈은 고스란히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이 분수령에 놓여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녹아 흘러내려 그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에는 문자 그대로 천 마일 이상이나 서로 떨어지게 된다. 그것이 분수령이다. 그것이 바로 분수령의 본질이다. 분수령은 가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같이 보이거나, 적어도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매우 다른 상황으로 끝을 맺는 것 사이에 아주 명확한 선을 그어 놓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분수령에는 구획의 선이 있다.

 

이 예화는 오늘날의 복음주의 세계와 무슨 관련성을 가지는가? 나는 이 예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대한 매우 정확한 묘사라고 말하고 싶다. 복음주의자들은 오늘날 성경의 영감과 권위의 본질에 관한 분수령직면하고 있다. 성경의 무오성에 관한 견해를 조절한 나머지 성경의 더할 나위 없는 권위를 여지없이 짓밟아 버리는 자들의 수가 복음주의 진영 안에서 점점 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일은 매우 미묘한 방법으로 일어나고 있다. 능선 위에 나란이 놓여 있는 눈과 같이, 성경의 권위에 대한 새로운 견해는 얼핏 보아서는 극히 최근까지 복음주의자들이 믿어 오던 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새로운 견해는 능선 위에 나란이 덮여 있던 눈처럼 집요하게 그 행방을 추적해 보면 종국에 가서는 천 마일 이상이나 차이가 나 버린다.

 

처음에는 보잘것 없는 차이처럼 여겨지던 것이 종국에 가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낸다. 그것은 우리가 예측하듯이 신학과 교리 및 영적 문제들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문제 및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가 주변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들에 있어서까지도 큰 차이를 가져 온다. 다시 말해서, 성경의 완벽한 권위에 대해서 타협적인 태도를 취하면,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의 신학적인 의미와 완벽한 인간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프란시스 쉐퍼, 『위기에 처한 복음주의』, pp 4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