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이상한 성령체험

새벽지기1 2016. 4. 30. 17:14


이상한 성령체험


이번 주일에 어떤 교회에서 연달아 4번을 설교했다. 잠자리를 옮기면 항상 겪는 수면장애로 전날 잠을 못자서 그런지 오전 예배 설교 3번을 한없이 맥 빠진 설교를 했다. 설교하는 중간에 그냥 내려오고 싶을 정도로 설교가 풀리지 않고 성령의 어시스트를 도무지 느낄 수 없이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곤혹스러움을 경험했다. 최근 들어 했던 설교 중 최악이었을 것 같다. 얼마 전 똑같은 설교를 다른 교회에서 했을 때 큰 은혜를 끼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특별한 집회에 잔뜩 기대하고 온 성도들에게 좋은 영적인 양식을 공급하지 못한 목사의 마음은 참담했다.


오후에 마지막 설교를 위해 강단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 거기 서 있는 사람은 갑자기 변신이라도 한 듯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방전된 배터리처럼 소진되어 있던 사람이 어느새 생명력이 충일하여 불을 품어내고 있었다. 청중이 그 이상한 변화를 직감하였다. 두 얼굴의 사나이를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 가운데 있던 동료 교수가 농담 삼아 잠깐 사이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느냐고 물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마지막 설교에는 더 지치고 힘이 빠져야 할 텐데 더 왕성한 에너지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설교 내용이 성령 체험이었는데 교인들이 그 실체를 조금이라도 목격하고 체험했을 것이다.


그렇게 성령의 도움을 구하고 애타게 기도를 해도 3번은 알짤 도와주시지 않아 죽을 쓰게 하시고 마지막에야 기껏 한번 밀어주시는게 좀 야속하기는 하지만 성령의 신비로운 사역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으랴. 그래도 나는 형편없이 찌그러지고 성령님만 영광을 받으셨으니 감사한 일이다. 대중 앞에 서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사람들 앞에 망가지는 것인데 주님이 자주 그 일을 당하게 하신다. 집회를 인도할 때마다 여러 번 말씀을 전하면 한 두 번은 성령이 철수하신 것 같은 이상한 체험을 하게 해서 속상하게 하신다. 그러나 그렇게 성령이 함께 하시지 않는 것 같은 이상한 성령체험을 통해 인간은 찌그러지고 성령님만이 드러나니 씁쓸한 기쁨으로 감수해야지 않겠는가. 그래야 청중들도 은혜로운 말씀선포는 인간이 아니라 성령님이 하신 일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그래서 설교자가 아니라 주님께 영광을 올려드리게 된다.


성령님이 약을 올리시듯이, 망가진 다음에는 약간 체면은 세워주신다. 설교 후에 나를 데려다 준 사랑하는 제자가 지금도 자주 죽 쓰는 나를 보고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곤혹스러운 성령체험을 통해 이래저래 은혜를 끼치고 왔다.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