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어느 후배 목사님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감동을 저 혼자만 누리기 아까워 이 지면을 통해 교우들과 나눕니다.
그분의 외할아버지는 전라남도에 있는 어느 한센씨 병(나병) 집성촌에서 목회하셨습니다. 그분이 부임하기 전에 그곳에서 일한 목사님들은 오랜 기간동안 머물지 못하고 떠나곤 했습니다. 교회 대표가 사례비를 갖고 오면, 목사는 문도 열지 않은채, “툇마루에 놓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외할아버지는 달랐습니다. 그분들에게 가깝게 다가갔고, 악수를 하려 하면 그분들이 목사님을 보호하려고 물러섰습니다.
1968년 12월 4일,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이었습니다. 맨 앞자리에는 목사님의 큰 딸이 깨끗한 옷을 입고 앉았고, 그 옆에는 어떤 남자가 양복을 입고 앉았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오늘은 제 딸년이 시집 가는 날입니다. 이제 결혼 예배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농담으로 여긴 교인들이 키득 키득 웃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사님은 큰 소리로 “신랑 신부 입장!”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딸과 양복 입은 남자가 일어나 강단 앞에 섰습니다. 교인들은 영문을 알지 못하여 수군대고 있는데, 목사님이 누가복음 14장에 나오는 “혼인 잔치의 비유” 를 읽으십니다. 그리고는 두 가지 말씀을 하십니다.
첫째, 천국 잔치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눈 먼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이 모두 초청 받는 곳이라고 하시면서, “여기 모인 문둥이들(당시에는 나환자들을 그렇게 불렀습니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천시 받는 사람들인데, 목사의 결혼식에 여러분 같은 사람들을 초청하는 것이 가장 성경적입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둘째, 목사님은 따님과 사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give and take 하지 말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어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니 너희를 축복해 줄 것이다. 이 문둥이들은 갚을 능력이 없으니, 너희를 위해 얼마나 간절히 축복해 주겠느냐? 이들의 기도로 하나님이 축복을 부어주실 터이니, 잘 감당하거라” 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예배실은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한센씨 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초청받아 본 적도 없고 참석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그분들은, 목사님이 자신들을 그 정도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에 감동했고, 그분의 행동을 통해 자신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신랑은 지역 유지인 교장 선생님의 칠 남매 중 장남이었습니다. 맏아들의 결혼은 “개혼”이라고 하여 크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청년도, 그의 가족도, 엄청난 희생을 한 것입니다. 가난한 목사의 딸로 살면서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 볼 꿈을 꾸었던 따님에게도 그것은 큰 상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분은 그것을 아버지에게서 받은 최고의 선물로 여기셨다고 합니다.
그 목사님의 외손자이자 그 따님의 아들이 지금 미국 중부 지방에서 신실하게 교회를 섬기고 있고, 그 분의 아내도 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아끼고 사랑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는 두 사람이 더욱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진짜 신앙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보여주신 그 목사님께 고개 숙여 존경을 보냈습니다.
'좋은 말씀 > 김영봉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님이 인정한 8명 / 김영봉 목사 (0) | 2025.07.14 |
---|---|
구원이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가요? / 김영봉 목사 (0) | 2025.07.14 |
행복한 동행 / 김영봉 목사 (0) | 2025.06.30 |
모두의 잔치 / 김영봉목사 (0) | 2025.06.24 |
세 가지의 운동으로 / 김영봉 목사 (1) | 2025.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