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북한 퍼주기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31. 05:53

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지난 5월3-7일에 중국을 방문했소. 그대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요. 여기에 얽힌 왈가왈부도 많소.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심정적으로 확신하고 있는 남한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방문 건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오. 며칠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서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던 것 같소.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소위 조중동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었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만 하오. 김정일의 행동은 모든 게 미운 거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미국의 전 대통령 부시와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북한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씹어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오.

 

     그런데 말이오. 미운 김정일은 그렇다 치고,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적개심을 쏟아내는 게 과연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건지는 지성인이라고 한다면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니겠소? 만약에 말이오. 김정일 정권이 북한을 중국에 넘겨주는 일이 일어나면 어찌 되는 거요? 그때도 김정일은 마귀라는 구호만 외치면 되는 거요? 북한을 계속 코너로 몰아가면 결국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소. 국제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깊숙이 발언하기는 어려우나, 그냥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소. 상식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요. 남한과 한 배를 타고 가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자신들의 힘만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북한 정권이 취할 수 있는 길은 중국에 기대는 것밖에 없소. 북한이 티베트 꼴 나지 말라는 법은 없소.

 

     조중동과 지금 이명박 정권의 매파들은 툭 하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소. 그 돈이 결국 핵폭탄과 마사일로 돌아왔다고 주장하오. 이번 천안함도 지난 잃어버린 10년 정권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소. 금강산 관광은 이미 수년 동안 멈췄소. 북한은 부동산을 동결했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개성공단도 막힐 가능성이 높소. 남한 정권은 북한을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작정으로 보이오. 무릎을 꿇어야 도와주겠다는 고압적 자세를 취하고 있소. 무식한 건지, 순진한 건지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겠소.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이 남한의 옥죄기 작전 앞에서 손을 들 것 같소? 아니오. 자본주의의 극을 달리는 미국과 남한에게 당하느니 영원한 민족 분리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게 미래를 맡길 공산이 더 크오. 그런 조짐이 지금 일어나고 있소.

 

     목사가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더 이상 길게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소. 이번 천안함 사고에 대한 처리 과정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보면서 자칫 한민족이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분열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투덜거린 것뿐이오. 신라가 통일을 이루었다고 하나 고구려가 중국으로 넘어간 과거의 역사가 다시 재현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오. 이게 우리 민족의 운명이라면 어쩌겠소. 받아들일 수밖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돌아가는 사태만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직시해야 하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오. 북한 퍼주기는 지난 정권 10년만이 아니라 지금도 필요한 일이오. 힘들 때 도와줘야 고마움이 배가하는 거요. 북한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서요. 지금 나는 이스라엘 민족의 패망을 예감한 에스겔과 예레미야의 고뇌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소. 용서 하시오. 또 한 마디를 보태야겠소. 이명박 대통령은 돈벌이만 잘 하지, 역사의식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소. 그게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오.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마실까만 신경을 쓰지 하나님 나라는 구하지 않는 것이오. (2010년 5월10일, 월요일, 명동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