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기독교개혁신보컬럼

쌔커리의 ‘허영의 시장’과 허영의 교회 / 손성은 목사(삼일교회)

새벽지기1 2021. 8. 30. 06:56

 

“온갖 감언이설로 포장된 거짓에 물들지 않아야”

 

목회에도 허영이 있습니다. 허영으로 가득 찬 목회자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목회현장으로 들여다 놓습니다. 물론 그것이 시장에서 나온 것인지, 하나님의 말씀에서 나온 것인지 잘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시장에서 가져온 원리를 말씀에서 가져온 것처럼 위장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기도 합니다. 

 

허영에 빠져 자신을 위장하기도

 

허영의 시장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이 허영의 시장인 지를 잘 모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즐기면서 드나드는 이들도 있겠지만(그들은 참으로 강심장이들입니다!), 그 실상을 제대로 안다면, 서둘러 빠져 나오려고 할 것입니다. 


윌리엄 쌔커리의 “허영의 시장”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 나오는 천국을 향하는 순례자들이 거치게 되는 경로들 중의 하나인, ‘허영의 시장’을 모티브로 해서, 영국 빅토리아시대 상류 사회의 허영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이 “허영의 시장”에 영향을 입어서 미국의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소설을 썼습니다. 여주인공 스칼렛의 허영의 추구를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전쟁의 위기 중에서도 보여주는 인생의 정곡을 찔러준다고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이란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 모든 소설들 속에서 관통해서 꿰고 있는 공통의 주제는 ‘허영’이라는 점에서 이 ‘허영’이 차지하는 몫이 인생의 문제에 있어서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허영의 시장”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전도자가 단언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허영이라는 것만 아니라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19세기의 빅토리아 시대의 시장보다도 포스트모던의 21세기 시장에서는 허영이 더욱 판을 칩니다.

 

이제는 ‘이름’과 ‘이미지’와 ‘브랜드’가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이름’과 ‘이미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대량 생산됩니다. 이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야말로 ‘이름’의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허영의 목회자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허영의 시장”을 통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시장에 넘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 각종의 새로운 사조와 신학들, 범람하는 목회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목사들의 구미를 자극합니다. 각종 세미나들이 그것에 참석하지 않으면 목회에 뒤쳐지게 된다는 식으로 즐비하게 선전을 합니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세상의 미디어, 시장의 미디어의 광고 전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가짜 학위인 줄을 알면서도 어쨌든 학위를 가지려고 하는 것도 이런 학위의 이미지가 홍보 효과에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속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거짓은 거룩한 희생이 되는 것입니다. 고대 근동의 ‘거룩한 창녀’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홍보전략으로 성장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것은 허영의 교회이기 십상입니다. 교회라고 불려질 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허영의 시장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교회의 브랜드화 된 그 이미지에 현혹됩니다. 남을 속이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시장의 논리에 눈이 가려집니다. 목사의 선전에 속고, 그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속아줍니다. 이런 “허영의 시장”을 우리는 통과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잘 통과하여 천국에까지 이를 것인가? 여기에 붙잡혀 현란한 상품들을 보면서 제정신을 잃어버린 채 우리는 넋을 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만 아시겠지요. 

 

위장된 상품에 넋빠져선 안돼

 

어쩌면 우리도 하나의 ‘상품’이 되어서 ‘허영의 시장’에 널려져 있겠지만 전혀 천국의 그 즐거움에는 참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됩니다. 과연 우리들은 이런 가능성을 전혀 생각조차 못하면서, 아니 안 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