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세가지 슬픔

새벽지기1 2007. 10. 14. 19:48

 

 

짧고 긴 여행이었다.

그리고 가깝고 먼 여행이었다.

귀한 여행이었지만 마음 아픈 여행이었다.

눈에 어리는 여행의 잔상은 아주 오래 나의 맘속에 각인 될 것 같다.

 

두 달전 북경에서 있었던 만남에 이은 후속 모임이었기에 별다른 기대는 없었던 터이지만

오랫동안 막힌 그 곳을 육로로 넘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설레기도 했다.

30여년전 여러번 그 곳을 넘었던 적은 있었다.

그 땐 나의 손엔  최신형 무기가 쥐어져 있었지만

이번엔 많은 사업계회서와 간단한 선물이 쥐어져 있었다.

그 땐 알 수 없는 공포 속에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이번엔 조금은 마음 설레는 출장이었다.

 

더구나 며칠 전 뉴스의 촛점이었던 그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었기에 또 다른 매력이었고

맞이하는 눈빛이 30여년전의 그 것과는 전혀 새로웠다.

그래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비교적 맑은 날씨였지만 나의 마음은 밝지 못한 것은 아마도 또 다른 이유에서 였다.

경계선은 비록 지리적 이유나 복장의 다름만이 아니었다.

세월만큼이나 그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안내원의 인사말 속에 나타난 음률도 그랬지만 손님을 맞는 표정도 그랬다.

그러나 이 모든 다름은  분단의 문화였고 체제였다.

이를 먼저 인정함이 나의 마음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고

나의 출장의 목적을 이루는 첫 벌걸음어야했다.

 

아뭏튼 이것이 나의 첫번째 슬픔이었다.

 

   ~     ~     ~     ~     ~     ~     ~     ~     ~     ~     ~

 

얼마전 찾았던 식당을 나설 때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화분이 있었다.

평소 가을 국화를 좋아했던 터라 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것을 향했고,

아주 작고 귀여운 노란 국화 화분을 하나 손에 들고 나왔다.

마치큰 보배라도 얻은 것처럼...

그리고 나의 아파트 문앞에, 드나들 때마다 눈에 띌 수 있도록 놓았다.

작은 봉오리가 여기저기 경쟁이라도 하듯 올라오고 있었기에더욱 예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이 흐른 지금

그 화분은 마치 중환자라도 되는 듯 밖에서 싱크대 옆으로 옮겨졌고

기대했던 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어어르던 그 봉오리들도 피어보지 못한채

말라버린 모습으로 처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물도 열심히 주고 따뜻한 곳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나의 사랑스런 눈길에 처음 띄었을 때

그 꽃의 운명은 이렇게 바뀌었다는 사실에 저으기 마음이 상한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처음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와 그 이후의 나의 마음은 달랐던 것이었으리라.

 

이것이 나의 둘째 슬픔이었다.

 

~     ~     ~     ~     ~     ~     ~     ~     ~     ~     ~     ~

 

밖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뽐내고 있다.

북쪽 하늘도 이렇게 청명하리라.

그 곳에서 만났던 가을하늘도 들국화도 이 가을 날씨에 뽐내고 있으리라.

이 아름다움을 나누는 우리 모두도 한결같으리라는 기대는 저버리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나 마음은 시들은 국화 꽃만큼이나 무겁기도하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는 다를 바 없다 하겠지만

그것이 빵의 문제로 그 차이가 있다면 슬픈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빵의 풍요로움속에서도 그 여유를 갖지 못함이 나에게 있음도 또한 슬픔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시들은 국화로 인한 아픔이,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그 곳의 슬픔에 대한  아픔보다 더 크게 느껴짐.

이것이 나의 편협함과 좁음이라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다.

 

이것이 나의 셋째 슬픔이다.

 

~     ~     ~     ~     ~     ~     ~     ~     ~     ~      ~     ~

 

 밖의 청명함이 나를 부르고 있다.

시들은 화분을 따스한 곳으로 옮겨놓아야 되겠다.

다시한번 정성스레 생수를 부어주어야 되겠다.

분명 꽃이 피리라.

다시 그 여행을 계획하며 변화를 꿈꾸고 싶다.

 

 

 

 

 

 

 

출처 : 규암33회
글쓴이 : 새벽지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