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목사 구원(102)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6. 5. 17. 06:29

이사야는 깊은 밤 예루살렘 성전에서 어떤 거룩한 힘에 휩싸였다. 모세는 불이 붙었으나 타지 않는 가시떨기 나무의 불꽃 현상에서 하나님을 경험했고, 이사야 역시 불빛으로 유추되는 스랍과 연기에서 하나님을 경험했다. 앞에서 짚은 아브라함의 경우에도 연기를 뿜는 화로와 타는 횃불 현상에서 하나님을 경험했다. 신약의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에서도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나타났다( 2:3). 이들의 하나님 경험에서 공통으로 나타는 현상은 불()이다.

 

불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물리 현상 중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앞에서 말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기도 하고, 질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원초적인 능력이다. 지구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는 불덩어리다. 태양으로부터 시작해서 천억 개의 별이 있는 은하계와 천억 개 이상의 은하계로 구성되는 우주는 다 불이다. 우주 관측 사진에 나오는 모습이 불꽃놀이 사진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불을 우주의 원초적 능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만물의 본질을 불이라 한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은 옳다. 고대인들이 그런 불 현상을 신으로 경험했다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불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물들은 다 이런 원초적인 능력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요즘 우리 집 마당에 매실나무에는 포도 알 크기만 한 매실이 다닥다닥 달려 있다. 매실이 왜 없지 않고 존재하는 것일까? 그걸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가장 간단한 범위에서만 봐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매화가 피었을 때 벌이 꿀을 얻느라 매화 안으로 들어가서 매화의 수정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매실이 열리게 되었다. 만약 벌이 없었다면 매실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벌이 그 시간에 맞춰서 매화 안으로 비집고 들어간 것도 큰 사건이다. 하나의 사물에 얽힌 사연을 그 깊이와 넓이에서 파고 들어가면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게 없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가 바로 하나님이니 자연, 또는 세상 안에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입장을 범재신론이라 하고, 자연과 세상 자체를 신으로는 보는 입장을 범신론이라 한다.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범재신론 쪽이다. 어쨌든지 지구에서 벌어지는 생명 현상의 깊이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성서적 전통에서도 중요하다. 이사야의 경우에는 불과 연기였지만, 신구약 전체로 본다면 바람이 하나님 경험에서 더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