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을 ‘만물을 규정하는 현실성’(die alles bestimmende Wirklichkeit)이라고 표현했다. 하나님은 세상을 규정하는 존재이지 규정당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라는 문장과 같은 의미이다. 판넨베르크의 신학적인 표현은 세상과의 관련성에 무게를 더 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나님은 ‘만물’과 관련된다. 거꾸로 하나님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요즘 우리 집 주변은 찔레꽃이 지천이다. 찔레꽃의 향기는 특별하다. 다른 꽃들도 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향기를 낸다. 아카시아 꽃과 밤나무 꽃에서 나오는 향기는 독특하다. 다 좋다. 그런데 찔레꽃의 향기는 가장 은은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꽃과 향기도 역시 하나님과 관련되어 있으니 찔레꽃에 취하는 것 역시 하나님 경험의 한 부분이다. 이런 일상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다. 꽃과 향기만이 아니라 진딧물과 지렁이와 길고양이에게서도 똑같이 하나님 경험이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한다. 시인들이 만물에서 생명의 빛을 얻으며, 사진작가들도 만물에서 존재의 빛을 느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우리가 악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 의해서 규정된다. 악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하나님의 통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홍수가 나서 강이 흙탕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바다에 흡수되는 것처럼 악도 하나님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만 자신의 자유를 누릴 뿐이다. 죽음도 일시적으로 우리를 파괴할 뿐이지 우리의 궁극적인 운명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런 말들이 교리적으로만 들리지 실질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신을 부정하는 세상 논리에 세뇌 당했기 때문이다. 구원은 이런 세뇌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만물이 하나님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말은 만물이 질적으로 동일한 깊이를 지닌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말인지 모르나 이걸 목회 차원에서 보면 다음을 가리킨다. 목사의 목회 행위가 하나님과 연결되기만 한다면 교회의 크고 작음에 의해서 평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사는 자신의 목회 행위가 어떻게 하나님의 통치와 연결되는지에 관해서 집중해야한다. 이게 구원론적 목회다. 노회와 총회라는 기구는 개별 교회 목사들이 이런 영성에 천착할 수 있도록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만은 해결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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