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류현모교수

가정, 세계관 선점의 장(場)

새벽지기1 2020. 10. 22. 16:31

세계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정과 부모이다. 개인이 태어난 가정의 환경과 부모의 세계관이 자녀의 선글라스렌즈에 강력한 바탕색을 칠하게 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선글라스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부모와 형제들의 행동 흉내 내며 스펀지처럼 가정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세계관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인류로부터 영혼과 마음의 추종자들을 얻기 위해 싸우는 세계관의 대격돌지에서 가정은 자녀들의 세계관을 선점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가정은 하나님이 임명하신 첫 사회기관이며 교회이다. 가정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라”는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가정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땅 끝까지 가서 전하라”는 그분의 지상명령도 이뤄야 한다.
부모는 하나님이 주신 자녀에게 신앙을 전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씀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도를 할 때보다 더 정성들여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들이 강제로 주입한 신앙은 자녀들이 성장해 스스로의 신앙을 선택할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버려진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이념이나 지식이 아닌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나 손가락이 아니라 부모의 등 뒤에서 그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간다. 부모와 자녀는 영적관계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매순간 자녀가 부모의 영적 거울임을, 물이 사람의 얼굴을 비춰주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 사람을 비춰준다는 말씀이 얼마나 진리인지 명심해야 한다.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은 미국 아이다호주의 몰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타라 웨스트오버의 자서전적 이야기다. 그녀의 아버지는 학교 교육이 자녀를 망친다는 생각과 정부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망상때문에 자녀들의 학교 교육을 차단했다. 이책은 편향된 종교적 배경의 부모가 자녀에게 미친 악영향과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책 <충돌하는 세계관>을 번역하고 저자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역단체인 ‘ 서밋 미니스트리(Summit Ministries)’ 에서 주최하는 세계관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국 중서부의 기독교 세계관으로 교육하는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 교사, 홈스쿨링 하는 부모들이 참석했다. 세미나 동안 식사 때마다 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기억나는 사람은 콜로라도주의 시골에 살면서 자녀들을 홈스쿨링하던 부부였다. 남편은 배관공으로 미국에서는 안정된 전문직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일이 없는 시간에는 집에서 정해진 학습을 해나간다. 이들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짜인 교과과정과 교재를 주변의 기독학교로부터 제공받고, 신앙과 직업교육을 삶에 적용하는 세계관 교육을 실생활 속에서 부모로부터 받는다.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쯤이면 아버지의 조수로
서 5~6년 이상의 경력으로 수습 배관공 자격을 부여받는다. 하나님을 아는 신앙과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과 그곳에서 살아갈 직업까지 가르치는 좋은 사례다.


몇 해 전부터 근무하는 학교에 세계관 강좌를 개설해 강의하고 있다. 수강 학생들의 종교적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 가정 중 25~30%의 종교가 기독교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기독교인이라 답한 학생은 5%정도에 불과했다. 기숙학교 생활동안 신앙을 잃거나, 입시가 더 중요하니 대학입학까지 신앙의 의무를 면제받다가 필요성을 잃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서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게 되
었다는 등 원인은 다양했다. 부모에게 독점적으로 허락하신 선점의 기회를 좋은 대학입학이라는 다른 복음을 전함으로 놓쳐버린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신앙을 잘 지켜온 아이들도 대학에서 만난 하나님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교수나 선배의 말에, 또 세상풍조에무너져 방황하다가 신앙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신실한 신앙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은 탕자처럼 아버지의 집을 기억하고 돌이켜 반드시 신앙을 회복한다. 까닭에 각 가정은 하늘 아버지의 집을 이 땅에서 보여주는 교회여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녀들의 세계관 선점의 기회를 강요나 억지가 아니라 온유와 두려움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