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미용사와 외과의사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20. 05:07

     오늘 나는 단골 미장원에 갔었소. 지난 1월에 난생 처음으로 파마를 했다가 그 뒤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못했소. 급기야 오늘 시간을 냈소.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파마가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부추기는 바람에 다시 또 간 거요. 그 이전에는 미장원에서 머리만 깎았소. 작년까지 5천원이었는데, 올해부터 6천원으로 올랐소. 파마는 2만 5천원이오. 청구아파트 내 서재에서 바로 건너가 보이는 미장원이오.

 

   파마를 다 말아놓은 뒤에 대충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오. 미용사 아줌마는 내 머리에 씌어놓았던 비닐과 수건을 풀면서 “어떻게 됐나 보겠습니다.” 하고 말을 했소. 그분의 태도와 동작을 보고 멘트를 들으면서 마치 개안수술을 집도한 의사, 또는 위암 수술을 집도한 외과 의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소. 미용사나 의사 모두 자기의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서 고객이나 환자 몸의 어떤 부분을 고치는 이들이오. 물론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미용사 일과 사람의 생명 자체를 다루는 외과 의사의 일을 똑같은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소. 그렇지만 양쪽 모두 기술자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소.

 

     그런데도 미용사와 외과의사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크게 다르오. 그들이 받는 돈도 하늘과 땅 차이오. 미용사는 내 머리를 정성스레 다루었소.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작은 갈비뼈 같이 생긴 플라스틱 막대기에 감아 마는데 대략 15분, 머리에 파마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데 30분, 파마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데 15분, 머리 감기는데 5분, 말리고 커트하고 다듬는데 15분 정도 걸렸소. 합계 80분이오. 손님에게 립서비스도 많이 하오. 의사들 중에서 이런 미용사처럼 친절한 분을 나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소. 자기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듯했소. 이렇게 수고한 보답이 재료비 포함 2만5천원이오.

 

     동일한 경력의 미용사와 외과의사의 연봉이 1:2 정도만 되어도 이 세상은 달라질 거요.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오. 미안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의사 분들께 크게 손해나는 일도 아니오. 목사도 미용사 정도의 수고비만 받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오. 미용사 수입도 천차만별이니 이런 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그냥 방향만이라도 그렇게 잡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