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출구 없는 방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19. 06:17

  그대의 눈에는 주변 세계가 어떻게 보이오? 모든 게 뻔해 보이는지, 아니면 모든 게 신비롭게 보이는지, 잘 생각해보시오. 대개는 뻔해 보일 거요. 그것이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원리요. 처음에는 새로워보여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소. 모든 게 밋밋해 보이오.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거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해도 거기서 느끼는 즐거움은 잠깐이오. 그런 데서 사람은 참된 만족을 얻을 수 없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소.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나름으로 길을 찾소. 끊임없이 더 자극적인 요소를 구하는 것이오. 소유를 늘려가든지, 높은 지위를 얻어내든지 하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런 노력이오. 평생 동안 그런 것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오.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곧 시들해지고 마오. 어떤 사람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익숙한 삶에 그대로 길들여지오. 거기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오. 그걸 행복이라고 말하오. 그러나 그것은 속임수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면서 자기만족에 빠질 수 있는 동물이오. 그게 반복되면 실제로 그렇게 확신하기도 하오. 오래 마약을 복용하면 결국 비현실을 현실로 생각하는 것과 같소.

 

     오늘 나는 그대에게 어떤 뾰족한 길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오. 설교를 하려는 것도 아니오. 우리에게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사실만 말하는 거요.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용어를 빌리면 지금 인간은 ‘출구 없는 방’에 갇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거요. 다른 데서 구원의 손길이 오기 전에는 아무도 나갈 수 없는 방말이오. 인간이라는 종(種)은 도대체 누구요? 아니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