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47)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19. 06:11

게르하르트(Paul Gerhardt)의 찬송가들 가운데서 “이것으로 너는 족하다. 네 생명의 하나님 안에서 잠잠하라.”는 구절이 있다. 그 누가 “하나님 안에서” 만족될 수 없다면 어떻게 교회 공동체나 이 세상 안에서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신학자로서 실존할 수 있단 말인가? 교회공동체는 이 세상이 버림받은 무리라는 사실은 잘 알지만 이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선택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요,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 찬양을 위해서 부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 세상은 자신이 악의 세력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나 -이 세상이 이 사실에 대하여 얼마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에 의하여 사방팔방으로 지탱되고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신앙의 지성’인 신학적인 인식이 신학의 대상을 통하여 신학자에게 주어진 경사진 흐름을 따를 때만 신학자는 만족할 수 있으며, 또한 이처럼 만족한 사람으로서 교회공동체와 이 세상에서 이 만족을 확산시키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106쪽)

 

     여기서 바르트는 신학자의 영적 만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소. 신학자는 바로 우리 모두를 가리키오. 그리스도교 신앙을 삶의 중심에 두는 사람은 모두 신학자요. 우리의 영적인 만족은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 하나님에 의해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주어진다는 것이오. 즉 하나님이 세상을 버리는 방식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오. 이것이 단지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사로잡는 능력으로 경험되어야 하오. 거기서만 우리는 세상을 바르게 비판할 수 있고, 바르게 위로할 수 있소. 그것이 없을 때 세상을 비판할 줄 모르고, 거꾸로 위로할 줄도 모르게 되오.

 

우리가 지혜롭게 세상에 참여하려면 이런 영적 만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되오. 여기서 만족은 바르트가 인용한 게르하르트의 찬송가 한 구절이 말하듯이 긍정과 부정을 통해 세상에서 행동하시는 하나님만으로 삶이 충분하다는 사실에 들어가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