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사순절 영성(2)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8. 28. 06:22

     고난주간의 확장인 사순절은 근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절기이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의 제자로 나선 이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신자들은 당연히 그런 고난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뜻이리라. 이 절기에는 전통적으로 세 가지 신앙 습관이 행해졌다.

 

     첫째, 신자들은 성회수요일에 교회에 가서 재를 이마에 발랐다. 재는 인간이 가장 처절한 상태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죄와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죄의 결과로 죽어 재로 변한다는 사실은 성서가 말하는 인간의 엄중한 실존이다. 사람들은 그걸 간단히 잊는다. 아니 그걸 잊도록 강요받고 있다.

 

     오늘의 문명은 우리를 그런 것과 아무런 상관없이 뻔뻔하게 살아도 괜찮은 것처럼, 그리고 우리가 영원히 살지 모른다는 망상을 가져도 좋은 것처럼 유혹한다. 중세기에는 ‘메멘토 모리’라는 명제가,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명제가 중요한 화두로 작동한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할 때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리라. 오늘 사순절을 맞는 기독교인들도 순식간에 재로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