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머리를 붙들라.(골 2:16-19)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9. 18. 06:36

해설:

“철학이나 헛된 속임수”(8절)로부터 골로새 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도는 좀 더 구체적으로 주의를 준다. “먹고 마시는 일”(16절)은 레위기 11장의 규정에 따라 부정한 음식과 정결한 음식을 구분했던 유대인들의 전통을 가리킨다. “명절이나 초승달 축제나 안식일 문제”는 유대인들이 특별한 날로 지켰던 전통을 가리킨다. 유대주의자들은 이방인 신도들에게 율법을 따라 이런 전통을 지키도록 가르치고 요구했다. “아무도 여러분을 심판하지 못하게 하십시오”라는 말은 유대주의자들이 그런 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 때 대응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것은 장차 올 것들의 그림자일 뿐”(17절)이라는 말은 이 땅에서 행하는 종교적 행위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일어날 일들을 본 딴 것이라는 뜻이다. 예루살렘 성전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요,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는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히 드려지는 제사의 모형이다. 

 

“그 실체는 그리스도에게 있습니다”라는 말은 그 모든 종교 행위들을 통해서 추구하려는 실체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 온갖 충만한 신성이 몸이 되어 머물고 계십니다”(9절)라고 했다.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에는 “실체의 그림자”인 종교 행위에 만족해야 했는데, 이제 그리스도께서 오셨으니, 더 이상 그림자(모형)에 붙들릴 이유가 없다. 

 

“겸손”(18절)은 ‘타페이노프로쉬네’의 번역인데, “절제” 혹은 “금식”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개역개정은 “꾸며낸 겸손”이라고 번역했는데, 영어 성경에서는 “거짓된 겸손”(false humility), “금욕”(asceticism) 혹은 “자기 학대”(self-abasement) 등으로 번역한다. 여기서 사도는, 금욕적인 생활과 천사 숭배를 하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 자는 자기기 본 환상에 도취되어 있고”라는 말에서 그들이 신비주의에 심취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신비주의에 심취한 사람들은 자주 매우 세속적인 경향으로 흐른다(“육신의 생각으로”). 또한 신비주의에 심취한 사람들은 영적 교만이 매우 강하여 자신의 생각을 절대 진리로 여긴다.

 

“그는 머리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19절)라는 번역보다는 개역개정의 “머리를 붙들지 아니하는지라”는 번역이 더 낫다. ‘크라테오’는 무엇인가를 단단히 붙잡는 행위를 가리킨다. 사도는 교회의 머리가 그리스도라고 했다(1:18). 따라서 교회의 지체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각 마디와 힘줄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서로 연결되어서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는 대로 자라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지체가 된 사람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단단히 붙잡고 살아야 한다. 

 

묵상: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그분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분은 나의 주님이 되시고, 나는 그분의 제자가 됩니다. 그분은 나와 더불어 먹고, 나는 그분과 더불어 먹습니다(계 3:20).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나만의 주님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주님이십니다. 따라서 내가 그분에게 연결되는 순간, 나는 그분을 통해, 그분을 주님으로 섬기는 사람들과 연결됩니다. 

 

<사도신경>을 따라 “나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습니다”라고 고백할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원한 왕으로 섬기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과거에 살았던, 현재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신자들)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 모든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일 수 없기에 각 지역에서 교회로 모입니다. 

 

골로새에도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머리” 즉 그리스도 예수를 “붙들고 있지 않은”(19절)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몸으로는 교회로 모이지만 마음으로는 그리스도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철학이나 헛된 속임수”에 흔들렸습니다. 그들은 율법에 따라 음식 규정을 지켜야 하며 여러가지 절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금욕적인 생활과 천사 숭배를 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도는 그 사람들이 유혹 받고 흔들리게 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머리를 붙들고 있지 않음”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분은 몸의 “머리”이며, 우리는 그 몸의 “지체”입니다. 지체는 머리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지체는 또 다른 지체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각 지체를 온전히 성장하게 하십니다. 

 

그 연결 상태는 저절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한 몸으로 연결시켜 주셨으니, 우리는 그 연결됨이 지속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늘 연결되어 있도록 그리고 지체로 붙여주신 교우들과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고, 그로 인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자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