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사랑으로 묶인 공동체 (골 2:1-5) / 김여옹목사

새벽지기1 2024. 9. 15. 06:15

해설:

헬라어 원문에서 1절은 “나는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뒤에 이어지는 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알기 바라는 것은, 자신이 모든 믿는 사람들을 위해 전심으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오디게아는 골로새에 인접한 도시다. 사도는 라오디게아 교회에도 편지를 썼다(4:1). 라오디게아에 보낸 편지는 보존되지 못했다. “그밖에 내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바울에게 직접 전도 받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1장 28절에서 사도는 “모든 사람”이라는 말을 세번이나 반복하면서 자신이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가 골로새와 라오디게아에 방문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선교 전략 상 그는 주요 거점 도시들만을 방문했지만, 그의 관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었다.

 

사도가 이렇게 말한 까닭은 그들이 마음에 위로를 받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2절). 믿음의 식구들이 하나로 연합할 때, 그들은 복음의 진리를 깨달아 충만한 확신에 이를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의 비밀이신 그리스도를 온전히 알게 된다. 그분 안에는 “모든 지혜와 지식의 보화가 감추어져”(3절) 있다. 

 

“감추어져 있는”에 해당하는 형용사 ‘아프크리포스’는 “계시”라는 명사와 뿌리가 같다. 감추어져 있는 것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드러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사도는 앞에서 골로새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으로 하나님의 뜻을 아는 지식을 채워 주시기를 빕니다”(1:9)라고 기도했다. 

 

이어서 사도는 골로새 교인들이 “교묘한 말”(4절)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골로새 안에 수 많은 종교와 철학이 유통되고 있었고 골로새 교인들이 과거에 그런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경고한 것인지 모른다. 사도는 자신이 육체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영으로는 그들과 함께 있음을 강조한다(5절). 그는 그들이 “질서 있게 살아가는 것”과 “그리스도를 믿는 여러분의 믿음이 굳건한 것”을 보고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질서 있는 삶”은 당시 스토아 학파에서 강조하던 덕목이다. 복음은 모든 윤리와 철학을 아우르며 뛰어 넘는다. 

 

묵상:

바울 사도는 영적 성장 과정에 있어서 믿음의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각개 전투”가 아닙니다. 온전한 믿음은 “사랑으로 결속되어”(2절) 한 몸을 이루게 하며, 한 몸을 이루어 살아가야만 그 믿음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이신 그리스도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평생토록 그분을 탐구해도 지극히 작은 부분만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 없이 홀로 믿고 사는 것을 비유하자면, 큰 그림의 퍼즐 조각 몇 장을 들고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믿음은 아주 쉽게 오도 될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종교” 혹은 “내가복음”의 독선에 빠집니다. 공동체로 함께 모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들을 펼쳐 놓고 그리스도의 비밀을 찾아가야만 안전합니다. 그래야만 “지혜와 지식”에 있어서 성장하게 되고, 그럴 때 “교묘한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습니다.

 

믿음의 식구들이 “사랑으로 결속되어” 살아가는 것은 때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속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숨비바조‘는 “힘으로 묶다”는 의미입니다. 교회는 자발적인 결사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묶으신 공동체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기호에 따라 취사선택할 대상이 아닙니다. 묶으신 하나님께서 풀기까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때로 일어날 수 있는 시험과 환난을 견뎌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데 묶인 사람들의 성격과 취향이 다르고 믿음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믿음의 공동체 안에는 언제나 갈등과 마찰과 분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자신을 묶으신 분이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갈등과 마찰과 분열을 품고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의 능력을 구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믿음의 식구들을 통해 깨어지고 빚어져서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믿음의 공동체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피한다면, 그 사람의 신앙은 언제나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