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땅에서 하늘을 살다.(골 3: 1-4)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9. 20. 04:56

해설:

앞에서 사도는,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2:20)고 했는데, 그 죽음은 새로운 존재에로의 부활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도는 “여러분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또한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났습니다”(2:12)라고 했다. 

 

3장 1절에서 사도는 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 주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렇다면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추구하십시오”는 현재 명령형으로서 지속적으로 찾고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 있는 것들”은 하나님과 하나님에게 속한 것들(영원하고 절대적인 것들)을 의미한다. “하늘”은 우주의 어느 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차원 혹은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킨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라는 말은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던 성자 하나님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셨다는 의미다.

 

믿는 사람들은 “땅에 있는 것들”(2절)에는 죽었고 “위에 있는 것들”에는 살아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어서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들에 쉽게 사로잡힌다. 그래서 사도는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늘 주의하라고 권한다. “생각하다”에 해당하는 ‘프로네오’는 “마음에 두다” 혹은 “골몰하다”라는 뜻으로도 번역할 수 있다. 땅에 발을 디디고 육신과 물질을 사용하고 살지만, 마음은 늘 하늘에 속한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도는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3절)라는 투박한 표현으로 믿는 이들의 변화된 실존 상태를 환기시킨다. 하나님 없이 살던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그들의 생명은 더 이상 육신에 속해 있지 않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은 그들에게는 육신이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져 있다. 그 영원한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 

 

앞에서 사도는, 영원 전부터 감추어져 있던 비밀(“그리스도”)을 하나님께서 드러내 보여 주셨다고 했다(1:26). 믿는 이들이 받은 영원한 생명도 지금 그들에게는 감추어져 있다. 그 생명을 맛보고 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경험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그 생명을 환히 드러내 보여 주실 것이다(4절).

 

묵상:

바울 사도는 여기서 “위에 있는 것들”과 “아래 있는 것들” 혹은 “위(하늘)에 있는 것들”과 “땅에 있는 것들”을 대조시켜 말하고 있습니다. 피상적으로 읽으면, 사도가 이원론적인 세계관(dualistic world-view)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해하면, 믿는 이들은 이 땅의 일에 대해서는 모든 관심을 끊고 오직 하늘의 일만을 생각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의 글을 그렇게 오해하여 현실 세상에 대한 책임과 소명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세워 하나님 나라만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도는 그와 같이 현실도피적이고 타계적인 태도를 권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신자들이 이 세상 현실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다르게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바울 사도 역시 현실을 도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실 세계 안으로 파고 들어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사도로서 그는, 현실 세계 안으로 들어가 현실 세계를 초월하여 살아가도록 하나님 나라를 전했습니다. “아래 있는 것들” 혹은 “땅에 있는 것들”에 매몰되어 살아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위에 있는 것들” 혹은 “하늘에 속한 것들”을 생각할 때, 현싫 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분이 속한 영원하고 절대적인 나라에 이미 속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는 사람에게는 하나님 나라가 기준이며 목표입니다.

 

그 모든 것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앞에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비밀”이라고 했는데, 믿음을 통해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도 비밀입니다. 우리의 한계 때문에 그 전모를 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의 전모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환히 드러날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처럼” 환히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자주 눈을 감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다시 눈을 떠 현실 세계를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