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원당일기(3)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9. 5. 03:22

     어제에 이어서 쓰오. 어제는 땅 이야기만 하다가 나무심기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소. 그런데 오늘도 역시 땅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건 웬 조화요. 땅, 흙이 내 몸의 원래 고향이래서 그런 것 같소. 시골의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유익은 흙과의 친밀성을 높여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소. 우리가 결국 돌아갈 세계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좋은 게 없소. 이런 말이 공자 왈로 들린다면 그대는 아직 젊은 거요. 나이가 들었으면 공감하실 거요. 어떤 이들은 또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소. 시골생활이라는 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고생이라고 말이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자연, 생태, 흙, 등등의 말을 한다는 뜻이오. 그럴지도 모르겠소.

 

     지난 토요일에 나는 열 개 묘목을 마당 어느 곳에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했소. 그걸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소. 마당 평면도를 그려야 하니 말이오. 묘목 종류에 따라서 자리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까지 판단할 능력이 없소. 나무 종류에 관계없이 적당한 곳에 열 개의 구멍을 팠소. 한쪽 끝은 뾰족하고 다른 쪽은 납작한 곡괭이와 삽을 번갈아가면서 팠소. 이때 허리를 특히 조심해야 하오. 기분 내키는 대로 내려치고 들어 올리다가는 허리가 삐끗할 수 있소. 작년 가을 어느 때쯤인가는 주일 아침에 양말을 신으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그냥 주저앉은 적이 있었소. 나이가 든 뒤로는 무의식으로 몸을 움직이다가는 금방 표시가 나오. 다행이 아무 탈 없이 구멍을 팠소.

 

     묘목 주인에게서 심는 방법을 배웠소. 너무 간단해서 배웠다고 말할 것도 없소. 나무를 조금씩 흔들면서 흙을 덮으라는 거요. 그리고 물을 주면 되오. 묘목 주인이 묘목 윗부분의 3분의 1 정도 되는 지점을 잘랐소. 잘린 부분에서 옆으로 가지 퍼진다 하오. 나무를 심을 때 핵심은 잔뿌리가 부드러운 흙에 묻히게 하는 거요. 잔가지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생착을 못하오. 어제 말한 대로 우리 농가 흙은 완전히 나쁜 조건만 골고루 갖추었소. 돌과 진흙이오. 진흙이라는 게 물에 젖으면 수렁으로 변하고 마르면 돌덩이처럼 되오. 잔뿌리가 이 진흙 속에서 빠져서 질식사할 것 같소. 집 옆에 붙어 있는 숲에는 질 좋은 흙이 지천이오. 오랫동안 낙엽이 쌓이고 쌓여, 썩고 또 썩고 해서 양탄자처럼 폭신한 흙이 되었소. 그걸 열 두 개 구멍에 채우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오. 삽으로 펴서 몇 번 나르다가 포기했소. 나무 살리려다가 사람이 먼저 죽을 것 같았소. 어쩔 수 없이 묘목의 생사는 그들과 하늘의 손에 맡기고 일단 구멍에서 나온 흙으로 덮기도 했소. 그래도 한 구멍에 한 삽 정도는 숲의 부식토를 깔아주었으니 완전히 나 몰라라 한 건 아니오. 대신에 물은 실컷 마시라고 충분히 주었소. 열 개 묘목 중에서 다섯 개만 건지면 다행이오. 어떻게 될지 나중에 소식을 전할 테니, 기다려주시오.  아래는  묘묙 심기 인증샷 사진이니 참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