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5) / 정용섭목사

노무현 전(前) 대통령 2주기-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였소. 추도식이 거행되는 봉하에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비가 내렸소. 그분은 내가 제대로 대통령 선거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후로 중심으로 지지한 첫 대통령이었소. 1973년에 선거할 나이가 되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그 선거권을 휴지조각이 되게 했소.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은 아예 관심 밖이었소. 김영삼과 김대중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군사정권을 종식시키지 못한 책임이 너무 크오. 노무현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나는 집사람과 환호성을 질렀소. 그의 대통령 직 수행은 순탄치 못했소. 처음부터 그를 반대한 이들은 접어두고, 그를 지지했던 이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 지지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어서 모르겠으나, 끈질기게 비판했소. 노 대통령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고 비판한 거요. 그들은 좌우(左右)라는 이념보다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더 우선한다는 사실을 놓친 거요. 그 뒷이야기는 하지 않겠소.

 

     이미 역사는 흘러서 되돌릴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보았소. 노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에서 농촌 살리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떨까 하는 가정이오. 대통령직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간 그의 일성은 ‘기분 좋다!’였소. 대통령 시절보다 고향에서 농부로 지내는 시절이 그에게 정말 기분 좋은 시절이었을 거요. 그건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 거요. 퇴임한 대통령이 농부로 사는 모습은 그것 자체로 큰 메시지를 전하오. 매일 수백 수천 명이 봉하 마을을 찾았다 하오.

 

     혹시 이것이 이명박 정권을 불안하게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오.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건으로 시비가 붙더니 박연차 건으로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의 전형으로 몰아갔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소. 검찰이라는 권력이 어느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그때 여실히 보았소. 그때 주구(走狗)라는 단어의 실체를 본 거요. 요즘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한 검찰의 행태를 보면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을 거요. 당시에 벌어진 일이 언젠가는 엄중한 조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거요.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오. 그는 무슨 일이 있었어도 전임 대통령을 보호했어야만 했소. 비호하라는 게 아니라 전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었어야 한다는 말이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보호했어야만 한 거요. 누구의 말에 홀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기에게도 올무가 될지 모르는 일을 저질렀소. 누가 보더라도 더러운 잘못을 저질렀다면 전임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오. 그게 아니었으니 하는 말이오. 노무현과 박연차는 호형호제 하는 관계로 젊었을 때부터 가깝게 지냈다 하오. 아쉬울 때 돈을 얻어다 썼소. 권양숙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박연차에게 몇 번 도움을 받은 것 같소. 그게 꼬투리가 된 포괄적 뇌물죄라는 거요. 만약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에 이런 식으로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면 어찌되겠소? 그의 퇴임 후가 심히 걱정이 되오.

 

     우리는 귀한 전임 대통령을 2년 전에 잃었소. 퇴임 후가 더 아름다웠던 대통령,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큰 거요. 그와 관련해서 이전에 쓴 글을 링크로 걸어두겠소. 내 생각을 그대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니 부담스러워하지 마시오. 그 아래 기타는 다른 분들이 다비아에 올린 것들이오.

 

1)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취임식을 보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6

2) 2003년 3월9일,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보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7

3) 2003년 3월10일,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8

4) 2003년 3월29일, 정치란 무엇인가, 국군 이라크 파병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49

5) 2003년 6월12일, 진보적 지식인과 운동가들에게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52

6) 2004년 3월12일, 대통령 탄핵사태독법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62

7) 2005년 8월26일, 대통령 발목 잡는 사람들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5&document_srl=9820

8)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에 부쳐

http://dabia.net/xe/current/243405

9)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http://dabia.net/xe/255991#comment_385043

10) 노무현(1)

http://dabia.net/xe/mark/386439

11) 노무현(2)

http://dabia.net/xe/mark/386712

12) 노무현(3)

http://dabia.net/xe/mark/387116

13) 노무현(4)

http://dabia.net/xe/mark/387399

 

기타

http://dabia.net/xe/398382

http://dabia.net/xe/257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