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인 인식, 혹은 신앙의 지성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한다. 이 신학적인 인식은 성경의 다양한 요소들을 결코 동일화하거나 평준화하는 인식이 아니라 하나의 구심점을 향한 인식이다. 이 인식은 중심을 둘러싼 여러 주변 원들의 각각의 특성을 그 나름으로 평가하는 것이며, 이 주변 원들의 중심으로부터 하나의 참 중심을 향하는 구심 지향적인 것이다.(99쪽)
바르트의 말이 조금 복잡하게 들릴 것이오. 또 어떻게 들으면 신학 강의가 아니라 설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소. 바르트의 글은 그런 특징이 있소. 신학적인 내용을 설교 풍으로 전하오. 그게 그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오. 많은 신학생들이 그의 책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소.
위 글에서 바르트는 신앙의 지성을 그의 신학적 특징인 그리스도 중심으로 설명하오. 그의 신학적 특징을 christo-centricism이라 하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성경은 바로 그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오. 바르트의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을 극복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앞에서 몇 번 언급되었소.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그리스도론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소. 오히려 사람이 중심이었소.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해서 그리스도를 지향하는 신앙의 지성은 자칫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으로 나타날 수 있소.
그러나 바르트는 그리스도 중심적 사유가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오. 그의 그리스도 중심주의는 배타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포괄적이라고 말해야 옳소. 예를 들자면 인간의 구원 문제를 성령과 창조주 하나님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지만, 그것도 그리스도 중심으로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오. 여기서 지양은 포기나 폐기가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들어 올린다는 뜻이오. 이런 신학적 논의가 그대에게 뜬구름 잡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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